1. 들어가며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거할 시는 언론매체에 의한 후보자나 정당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기사가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기사가 후보자나 정당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기사가 선거에 영향을 주어 공직자를 올바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태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수단인데 그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통상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시간의 경과로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예컨대 어떤 선거의 후보자를 비방하는 기사가 언론매체에 의하여 보도되는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사전에 그러한 보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여도 이를 막기 위하여는 보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야 하는데 이를 다루는 법원은 상당한 시간을 요구할 뿐더러 사전금지가처분이 인정되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비방기사가 난 이후에도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하여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시도한다고 하여도 통상적으로 2주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거에의 영향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언론 매체가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소송으로 이행되어야 하는데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공직선거법상에는 선거방송이나 선거기사로 인격권을 침해당한 후보자나 정당을 보호하기 위하여 통상의 피해구제보다 보다 빠르고 보다 강력한 방법을 장치하고 있다.
하나는 불공정한 보도에 대한 자체시정 및 후보자가 요구하는 시정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반론보도청구권이다. 그런데 위 두 가지 제도가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본고에서는 그 문제점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개선시 조그마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2. 제도의 개관 및 실제 운영상황

(1)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설치되는데 이러한 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 선거기사, 선거보도의 공정여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어 있고 후보자 및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시정요구나 이의신청을 받아 심의·의결을 하도록 되어 있다.
자체심의의 결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방송법 제100조의 제재조치가 과하여 질 수 있으므로 사과문게재, 정정보도문게재, 관계자에 대한 징계, 주의 또는 경고가 행하여질 수 있다.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자의 시정요구나 이의신청 사항 중에는 위와 같은 자체심의 결과에 따른 제재조치가 취하여질 수 있을 뿐더러 반론보도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시정요구제도 이외에 공직선거법은 특유한 반론보도권을 두고 있는데 ‘인신공격· 정책의 왜곡 선정 등’ 또는 ‘왜곡된 선거보도’에 대하여 안 날로부터 10일, 보도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정당 또는 후보자가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심의위원회는 후보자의 시정요구 또는 정당, 후보자, 언론사 간의 반론보도협의가 불성립되어 회부된 경우 및 자체심의키로 한 경우에 비공개로 회의를 열어 심의·의결을 하게 되어 있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은 의견진술할 기회가 주어지며, 심의 의결된 사항은 선거기사심의위원회 같은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통보되고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사에 결정사항의 이행을 명하며 이행여부도 확인한다.
심의위원회 결정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결정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1회에 한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2) 19대 국회의원선거시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활동상황을 보면 심의위원회는 107건의 자체심의 안건에 대하여 주의 58건, 권고 33건, 경고 11건, 사과문게재 4건, 정정보도문게재 1건의 결정을 하였고, 23건의 시정요구건에 대하여 심의한 결과 사과문게재 3건, 정정보도문게재 2건, 반론보도문게재 1건, 경고 3건, 기각 5건, 각하 1건의 결정을 하였다(8건의 시정요구는 취하 되었다).

(3)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2항은 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사과문, 정정보도문, 반론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은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현행제도의 문제점

(1) 심의위원회의 제재결정에는 사과문게재, 정정보도문게재, 반론보도문게재, 경고결정문게재, 주의사실게재, 경고, 주의 등이 있는데 사과문의 게재는 위헌이므로 배제되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2009헌가27 사건에서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를 위헌으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사과방송이 방송사업자의 일반적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 것이다.
위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1991. 4. 1. 89헌마160 결정을 되풀이한 것인데 동 결정은 민법 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하나로 이용되던 사죄광고를 위헌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사죄광고와 다를 바 없는 사과문게재는 1991년부터 위헌으로 보았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심의위원회의 제재결정 항목에 사과문게재를 포함시켰던 것은 잘못된 일이었고 사과문게재를 결정하였던 심의위원회의 활동도 잘못된 것이었다.
(2)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2항을 해석하면 ‘불공정한 보도’를 하거나 ‘인신공격· 정책의 왜곡선전’을 한 언론사가 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여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항으로도 보여지나 제재의 전제가 ‘불공정한 보도’ ‘인신공격·정책의 왜곡선전’ 등 애매모호한 조항들인 것이 문제이다.
형벌법규는 수범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명확성을 가져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이나 법관의 전문적 지식에 의하여 보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불공정한 보도’ ‘인신공격· 정책의 왜곡선전’은 누구나가 알 수 있는 개념도 아니거니와 전문가라 할지라도 특정사항을 인신공격이다 아니다 라는 식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게다가 ‘불공정한 보도’ ‘인신공격·정책의 왜곡선전’을 판단하는 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은 정당이나 언론인단체 등에서 추천한 명예직 심의위원들로서 법적소양이 풍부한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보장도 없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에 불응하려면 행정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함과 동시에 제재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할 수는 있으나 형사절차를 중지시킬 수는 없다.
제재조치 불이행에 대하여는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만하다.

(3) 공직선거법 제8조의 4 상의 반론보도청구권은 기존의 반론보도청구권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반론보도청구권으로 보아야 한다.
종전에 알려진 반론보도청구권은 ‘의견’이 아닌 ‘사실’ 주장에 대하여 허용되는 것이었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 4 제4항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5항을 준용하여 ‘언론사가 행하는 반론보도에는 원래의 보도내용을 반론하는 사실적 진술, 그 진술의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제목과 이를 충분히 전달하는데 필요한 설명 또는 해명을 포함하되, 위법한 내용을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직선거법상의 반론보도청구권도 사실적 진술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상의 반론보도청구권은 ‘인신공격’ ‘정책의 왜곡선전’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인신공격’이나 ‘정책의 왜곡선전’은 사실적 주장의 경우보다는 의견에 가까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가 심의위원회에 시정요구 할 수 있는 사항 중에는 반론보도가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 19대 국회의원선거에도 시정요구에 대하여 반론보도를 한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시정요구에 대한 심의 의결은 심의요구가 있으면 즉시 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공직선거법상의 반론보도 관련조항에 비하여 느린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별도의 반론보도규정을 둔 것은 의견반론을 허용하는 취지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의견의 보호에 있고 특히 공직자로 취임하려는 사람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의견반론을 인정하는 공직선거법상의 새로운 반론보도청구권은 허용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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