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금년 10월 한달 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라 한다) 평가를 위한 조사위원으로 몇 군데의 로스쿨 현장을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로스쿨 실무교육에 대해서 만큼은 대한변협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회를 가지고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로스쿨 교수들에게 한정된 범위에서나마 변호활동을 허용해 주는 취지로 검토되어야 한다.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
O. J. 심슨사건의 피고인 측 변호사로서 “어떤 범죄보다 더 끔찍한 것은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검사의 논고”라는 말로 유명한 앨런 더쇼비츠는 당시 하버드 로스쿨 교수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장갑에서 피고인의 혈흔이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에게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갑을 수거해 온 경찰관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사실을 검사는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체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검찰에 맞서 검찰의 안일한 입증활동을 당당하게 경고하던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함께한 제럴드 울먼 변호사도 산타클라라대학 로스쿨 교수였다.
미국은 로스쿨 교수의 송무활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지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로스쿨 교수가 실제로 법정에 나가는지 여부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이나 노스웨스턴 대학 소속 전임 교수들은 극소수이지만 법정에 나가고 있다. 반면에 코넬 대학 교수들은 전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학교 강의와 연구를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로스쿨 교수의 법정 송무활동은 교수들의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지, 일률적으로 법에서 금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로스쿨 전임교수는 법률로 겸직이 금지되어 있어서 대학마다 실무출신 교수들에게 변호사 휴직원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비록 현직 판사나 검사가 출강을 나와 상당 부분 실무교육을 보충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 변호사 출신의 전임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교수의 경우 일선 변호사업무를 떠나 5년, 10년 학교에 머무르다보면 차츰 실무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교수들에게 사건 수임이나 법정 활동을 통해 실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는 없을까.
그렇다고 사건 수임을 전면 허용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로스쿨 교수들은 일선 변호사들에 비해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의뢰인의 사적인 이익보다는 사회 정의를 우선하는 사건에서 법원이나 검찰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잣대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검찰에서 성폭력 피해자 등에 대해 시행하는 특별 조력인으로서, 법원이 선임하는 국선변호인으로서의 활동이 로스쿨 교수의 주된 활동무대일 수도 있다. 시범적으로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리걸 클리닉의 담당 지도교수만이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할 수도 있겠다.
현재 대학마다 대학의 특성화에 맞추어 공익차원의 리걸 클리닉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교수는 송무 활동에 나설 수 없으므로 실무지도를 대다수 로스쿨 교수보다는 해당학교 출신 변호사에게 맡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의뢰사건도 민·형사, 행정 사건에 두루 걸쳐 들쑥날쑥하고, 변호사의 교육지도 또한 체계적이지 못한 단점이 노출되고 있다. 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하고 있는 ‘전시’ 행정의 사례로서 허접 그 자체이다.
미국은 대학마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공익인권, 성소수자의 인권 등 특화된 분야에서 전담 교수의 지도하에 법정에 직접 가지고 가 해결함으로써 산교육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수적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리걸 에이드(legal aid)로서 사회적 약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끝으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격의 살아있는 실무 기록교재를 제작하여 로스쿨에 배포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로스쿨에서는 사법연수원의 기록교재를 대다수 차용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런 사법연수원의 기록 제공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상황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교재나 강의기법에 도움이 되는 안내서 등의 보급도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오랜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도 코넬대학의 A Guide to Teaching Lawyering Skills(www.amazon.com/ A-Guide-Teaching-Lawyering-Skills/ dp/1594608792)이라는 책자가 로스쿨 교육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로스쿨 시행 3년을 마치고 처음으로 운영성과를 평가하는 단계에 있다. 대한변협이 사후평가에만 관여해서는 로스쿨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평가를 기회로 로스쿨의 최대 수요처인 대한변협이 로스쿨 교육과정에도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실무교육에서라도 더 늦기 전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를 보완하는 대책을 발굴하고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 노명선 변호사·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ohms20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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