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 -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외국계 커피전문점 A의 국내 지사인 주식회사 Y(피고)는 국내 체인점 매장에서 사단법인 X(원고)가 음악저작권자로부터 신탁 받아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이 담긴 이 사건 CD를 재생하여 공연하였다. 위 CD는 배경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B가 A와 음악서비스계약을 체결하여 제작한 것으로 Y는 A와의 계약에 따라 위 CD를 B로부터 구입하여 각 매장에서 배경음악으로 위와 같이 이용하였다. B는 위 CD를 제작하면서 음악저작권자로부터 복제 및 배포에 대한 허락을 받았으나 공연에 대해서는 허락을 받지 않았다. 위 CD는 암호화되어 있어 B가 제공하는 플레이어에서만 재생되었고 위 음악서비스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았다. X는 Y의 매장에서 위 CD에 담긴 음악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연하는 것은 X가 신탁 받은 음악저작권 중 공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Y를 상대로 공연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사건경과
제1심에서 Y는 위 CD는 판매용 음반이므로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위 CD에 담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이 제한된다고 항변하였고, X는 위 CD가 Y의 매장만을 대상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으므로 위 제2항이 규정하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제1심 법원은 위 제2항의 문언이 판매용 음반을 시판용 음반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문언해석), 입법경과를 보아도 그와 같이 제한 해석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우며(역사적 해석), 위 CD와 같이 특정 다수인에게 대가를 받고 양도하기 위해 제작된 음반도 판매용 음반으로 보는 것이 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체계적 해석)고 하여 Y의 항변을 받아들이고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09. 4. 29. 선고 2008가합44196 판결). X의 항소에 대해 제2심 법원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소정의 판매용 음반이란 ‘시판용 음반’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Y의 항변을 물리치고 X의 청구를 일부 인용(X가 공연권을 신탁 받지 않은 일부 음악저작물의 공연금지청구 부분은 각하)하였다(서울고법 2010. 9. 9. 선고 2009나53224 판결). X와 Y는 각 상고하였다. 이에 대한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II. 판결요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판매용 음반’을 재생한 공연에 대해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라면 비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어, 비록 공중이 저작물의 이용을 통해 문화적 혜택을 향수하도록 할 공공의 필요가 있는 경우라도 자칫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위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조건은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위 제2항이 ‘판매용 음반’을 재생한 공연에 관하여 아무런 보상 없이 저작권자의 공연권을 제한하는 취지의 근저에는 음반의 재생에 의한 공연으로 음반이 시중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당해 음반의 판매량이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음반제작자는 물론 음반의 복제·배포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당해 음반에 수록된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권능을 가지는 저작권자 또한 간접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므로,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란 그와 같이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III. 평석
1. 쟁점의 제기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 중의 하나이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위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에서 보았듯이 Y가 B로부터 구입한 이 사건 CD가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위 조항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입법연혁과 그 취지 및 그 밖의 저작권법 규정들을 고려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가. 입법연혁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은 일본 저작권법 제38조 제1항 및 독일 저작권법 제52조 제1항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위 제29조 제2항은 1999년 삭제된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는 “적법하게 녹음된 음악저작물의 연주의 재생에 대해서는 방송 또는 유선송신에 해당하는 것 및 영리를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을 사용하는 사업으로” 저작권법시행령 부칙 제3조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주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울러 부칙 제14조에서 규정하는 ‘적법하게 녹음된 음악저작물’이란 시판되는 음반은 물론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다(日本文化?,著作權法ハンドブック, 1989, 120면, 132면).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입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위 제29조 제2항의 문언해석에서도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 입법취지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당시의 입법적 배경은 위 제2항의 입법취지와 관련된다. 우리 구 저작권법(1957년법)은 발행된 “음반, 녹음필름 등을 공연 또는 방송의 용(用)에 공(供)하는 것”을 저작권의 비침해로 간주하였다(제64조 제8호). 마찬가지로 일본 구 저작권법(1899년)은 적법하게 제작된 음반을 “흥행 또는 방송의 용(用)에 공(供)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았다(제30조 제8호). 그러다가 일본은 1970년에, 우리는 1986년에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종래 폭넓게 허용되던 음반 등에 대한 공연권의 제한의 폭을 입법적으로 조정하였다. 그 결과가 일본은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 우리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으로 나타났다. 종전까지 자유롭게 허용되던 음반의 재생에 의한 공연에 대해 ‘급작스럽게’ 저작권 침해라고 규제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을 감안한 입법이었다.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 대해서는 “소위 저작물의 무형적 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가적 차원의 문화적 소산의 혜택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킨다는 분배적 정의의 원리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안경환, ‘공연·전시에 있어서의 신·구법 차이점’, 계간 저작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1988년 봄호, 19면). 달리 말해 “음악의 경우는 우리 국민의 음악적인 정서를 고려한 것이고, 영상저작물의 경우는 영상산업의 육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채명기, ‘저작권법상 비영리 목적의 공연에 관한 연구’, 저작권연구자료 31,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1999. 12., 67면). 위 제2항의 적용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단서로서 대통령령인 저작권법시행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이어야 한다. 이에 관한 저작권법시행령 제11조(2008년 개정 전까지는 제2조)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이 이루어져 위 제2항의 적용 범위를 좁히고 저작재산권자의 권리가 미치는 범위를 확대하였다.
3.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
문제는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의 의미이다. 우리 저작권법에는 판매용 음반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에 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저작권법 제21조의 ‘대여권’과 제75조의 ‘방송사업자의 실연자에 대한 보상’ 등에도 ‘판매용 음반’이란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모두 로마협약 제12조와 관련된다. 국내 학설의 대부분은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란 로마협약 제12조의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a phonogram published for commercial purposes)’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로마협약에서 말하는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이란 시판을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과 거의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판용 음반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나 소위 데모테이프는 시판용 음반은 아니지만, 로마협약의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에는 해당한다. 그렇다면 제29조 제2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그리고 저작권법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종합해서 고찰하면,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대상판결은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염려가 있다고 하여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시판용 음반으로 좁게 해석하였다. 그러나 기술발전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음악저작물의 이용양태가 다양화함에 따라 음악저작권자의 권리의 외연(外延)이 확대(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판매용 음반의 의미는 제한적으로 해석될 것이 아니라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관련 조항들의 의미에 따라 본래대로(혹은 유연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작권법 제1조(목적)의 대의에도 부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권리제한규정이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익의 균형을 도모하는 취지의 규정임을 생각할 때, 판매용 음반을 본래의 의미보다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석론을 전개하는 데에 입법론적 관점을 과도하게 개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immer@hanyang.ac.kr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 -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외국계 커피전문점 A의 국내 지사인 주식회사 Y(피고)는 국내 체인점 매장에서 사단법인 X(원고)가 음악저작권자로부터 신탁 받아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이 담긴 이 사건 CD를 재생하여 공연하였다. 위 CD는 배경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B가 A와 음악서비스계약을 체결하여 제작한 것으로 Y는 A와의 계약에 따라 위 CD를 B로부터 구입하여 각 매장에서 배경음악으로 위와 같이 이용하였다. B는 위 CD를 제작하면서 음악저작권자로부터 복제 및 배포에 대한 허락을 받았으나 공연에 대해서는 허락을 받지 않았다. 위 CD는 암호화되어 있어 B가 제공하는 플레이어에서만 재생되었고 위 음악서비스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았다. X는 Y의 매장에서 위 CD에 담긴 음악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연하는 것은 X가 신탁 받은 음악저작권 중 공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Y를 상대로 공연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사건경과
제1심에서 Y는 위 CD는 판매용 음반이므로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위 CD에 담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이 제한된다고 항변하였고, X는 위 CD가 Y의 매장만을 대상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으므로 위 제2항이 규정하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제1심 법원은 위 제2항의 문언이 판매용 음반을 시판용 음반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문언해석), 입법경과를 보아도 그와 같이 제한 해석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우며(역사적 해석), 위 CD와 같이 특정 다수인에게 대가를 받고 양도하기 위해 제작된 음반도 판매용 음반으로 보는 것이 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체계적 해석)고 하여 Y의 항변을 받아들이고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09. 4. 29. 선고 2008가합44196 판결). X의 항소에 대해 제2심 법원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소정의 판매용 음반이란 ‘시판용 음반’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Y의 항변을 물리치고 X의 청구를 일부 인용(X가 공연권을 신탁 받지 않은 일부 음악저작물의 공연금지청구 부분은 각하)하였다(서울고법 2010. 9. 9. 선고 2009나53224 판결). X와 Y는 각 상고하였다. 이에 대한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II. 판결요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판매용 음반’을 재생한 공연에 대해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라면 비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어, 비록 공중이 저작물의 이용을 통해 문화적 혜택을 향수하도록 할 공공의 필요가 있는 경우라도 자칫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위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조건은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위 제2항이 ‘판매용 음반’을 재생한 공연에 관하여 아무런 보상 없이 저작권자의 공연권을 제한하는 취지의 근저에는 음반의 재생에 의한 공연으로 음반이 시중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당해 음반의 판매량이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음반제작자는 물론 음반의 복제·배포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당해 음반에 수록된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권능을 가지는 저작권자 또한 간접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므로,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란 그와 같이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III. 평석
1. 쟁점의 제기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 중의 하나이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위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에서 보았듯이 Y가 B로부터 구입한 이 사건 CD가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위 조항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입법연혁과 그 취지 및 그 밖의 저작권법 규정들을 고려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가. 입법연혁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은 일본 저작권법 제38조 제1항 및 독일 저작권법 제52조 제1항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위 제29조 제2항은 1999년 삭제된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는 “적법하게 녹음된 음악저작물의 연주의 재생에 대해서는 방송 또는 유선송신에 해당하는 것 및 영리를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을 사용하는 사업으로” 저작권법시행령 부칙 제3조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주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울러 부칙 제14조에서 규정하는 ‘적법하게 녹음된 음악저작물’이란 시판되는 음반은 물론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다(日本文化?,著作權法ハンドブック, 1989, 120면, 132면).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입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위 제29조 제2항의 문언해석에서도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 입법취지
우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일본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당시의 입법적 배경은 위 제2항의 입법취지와 관련된다. 우리 구 저작권법(1957년법)은 발행된 “음반, 녹음필름 등을 공연 또는 방송의 용(用)에 공(供)하는 것”을 저작권의 비침해로 간주하였다(제64조 제8호). 마찬가지로 일본 구 저작권법(1899년)은 적법하게 제작된 음반을 “흥행 또는 방송의 용(用)에 공(供)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았다(제30조 제8호). 그러다가 일본은 1970년에, 우리는 1986년에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종래 폭넓게 허용되던 음반 등에 대한 공연권의 제한의 폭을 입법적으로 조정하였다. 그 결과가 일본은 저작권법 부칙 제14조로, 우리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으로 나타났다. 종전까지 자유롭게 허용되던 음반의 재생에 의한 공연에 대해 ‘급작스럽게’ 저작권 침해라고 규제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을 감안한 입법이었다.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 대해서는 “소위 저작물의 무형적 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가적 차원의 문화적 소산의 혜택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킨다는 분배적 정의의 원리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안경환, ‘공연·전시에 있어서의 신·구법 차이점’, 계간 저작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1988년 봄호, 19면). 달리 말해 “음악의 경우는 우리 국민의 음악적인 정서를 고려한 것이고, 영상저작물의 경우는 영상산업의 육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채명기, ‘저작권법상 비영리 목적의 공연에 관한 연구’, 저작권연구자료 31,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1999. 12., 67면). 위 제2항의 적용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단서로서 대통령령인 저작권법시행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이어야 한다. 이에 관한 저작권법시행령 제11조(2008년 개정 전까지는 제2조)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이 이루어져 위 제2항의 적용 범위를 좁히고 저작재산권자의 권리가 미치는 범위를 확대하였다.
3.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
문제는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의 의미이다. 우리 저작권법에는 판매용 음반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에 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저작권법 제21조의 ‘대여권’과 제75조의 ‘방송사업자의 실연자에 대한 보상’ 등에도 ‘판매용 음반’이란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모두 로마협약 제12조와 관련된다. 국내 학설의 대부분은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란 로마협약 제12조의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a phonogram published for commercial purposes)’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로마협약에서 말하는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이란 시판을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과 거의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판용 음반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나 소위 데모테이프는 시판용 음반은 아니지만, 로마협약의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에는 해당한다. 그렇다면 제29조 제2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그리고 저작권법 다른 조항에서 사용되는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종합해서 고찰하면, ‘판매용 음반’에 백그라운드 음악용으로 제작된 음반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대상판결은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염려가 있다고 하여 판매용 음반의 의미를 시판용 음반으로 좁게 해석하였다. 그러나 기술발전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음악저작물의 이용양태가 다양화함에 따라 음악저작권자의 권리의 외연(外延)이 확대(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판매용 음반의 의미는 제한적으로 해석될 것이 아니라 제29조 제2항의 입법연혁과 그 취지, 관련 조항들의 의미에 따라 본래대로(혹은 유연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작권법 제1조(목적)의 대의에도 부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권리제한규정이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익의 균형을 도모하는 취지의 규정임을 생각할 때, 판매용 음반을 본래의 의미보다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석론을 전개하는 데에 입법론적 관점을 과도하게 개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nimm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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