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현명한 판단력을 키우는 세 가지 방안으로 꾸준한 독서, 역사에 대한 이해, 여행을 들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양시켜 주는 책이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하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책을 쓴 목적을 말하면서 여행지마다 관련이 있는 작가를 안내자로 등장시키며 우리의 영혼을 한층 고양시키는 여행의 기술을 제시한다.
겨울이 되자 알랭 드 보통은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 섬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프랑스 소설가 J.K. 위스망스의 ‘거꾸로’의 내용을 전개하면서 아름다운 대상이나 물질적 효용만으로 인간은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인간의 기분을 지배하는 논리는 감정적 심리적 요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아오면서 알랭 드 보통은 떠나는 수단과 여행지를 평생 동안 작품의 소재로 삼은 작가 두 사람을 소개한다. ‘악의 꽃’으로 유명한 시인 샤를 보들레르와 미국 모던 풍경화가 에드워드 호퍼이다. 보들레르는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 않는다”며 떠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을 시의 소재로 삼았다. 에드워드 호퍼도 자신이 자동차를 몰고 길 위에 살면서 호텔, 도로와 주유소, 식당과 열차 등 집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있는 외로운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알랭 드 보통은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감정을 ‘마담 보봐리’의 저자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유별난 동양에 대한 동경과 이집트에서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삶을 통해 표현한다. 플로베르는 유난히 조국이라는 관념을 거부하였는데, 소크라테스도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테네’라고 하지 않고 ‘세계’라고 대답했다고 하면서 작가는 “우리 모두가 태어날 때 바람에 흩뿌려져 이 나라 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마드리드의 광장에서 작가는 독일의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스페인 왕 카를로스 4세의 후원을 받아 스페인 항구를 출발하는 것을 떠올린다. 훔볼트가 신대륙의 적도 지역을 여행하는 탐구방법을 경탄하며 “이따금 세상에 나타나서 인간정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이로운 인간의 예”로 표현한 랠프 왈도 에머슨의 글을 인용한다.
알랭 드 보통은 ‘무지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살았던 영국의 호수마을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가서 자연에서 구원의 힘을 몸소 느끼고 “자연을 자주 여행하는 것이 도시의 악을 씻어내는 데 필수적인 해독제”라는 시인의 주장에 동조한다. 시나이 사막의 여행을 통해서 숭고함과 초월적 감정을 경험하면서, ‘숭고함과 아름다움에 관한 우리 이상들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쓴 에드먼드 버크가 구약에서 가장 숭고한 책이라고 말한 ‘욥기’의 뜻을 되새겨 본다. 프로방스 지역을 둘러보고 이 지역의 자연을 소재로 200점의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과 ‘올리브 숲’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고, 여행을 하면서 얻은 많은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으로 여행에서의 스케치를 강조한 존 러스킨의 ‘드로잉’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새롭게 보려는 우리의 인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배금자 변호사 baesan07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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