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즈 최근호에 의하면, 우리보다 한달 앞서 치러진 미국의 대선에서 전국에서 몰려 온 수천명의 자원봉사 변호사들이 선거현장에 파견되어 선거과정이 공정한지 또는 불법이 없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감시했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선거사무소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투표자들에게 어떤 안내를 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특히 접전이 예상되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는 오바마 측의 변호사만 600명이 포진했다. 그리고 이들은 선거현장에서의 조사를 토대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여부를 검토했다. 미국 대선에서의 이러한 변호사들의 역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정치참여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대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제외하고는 대선과정 참여 자체에 관하여 매우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다. 이는 현실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표출이나 냉소적 태도라기보다는 그 성격상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정치나 대선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탓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대선의 양상을 보면 어느 후보나 무차별적으로 선심성 공약을 쏟아붓고 있다. 캠프마다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의 실현 등 복지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재원확보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개혁한다면서 각 기관 간의 권한배분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공권력행사에 있어서 적법성과 공정성, 정치권으로부터의 중립성과 독립성의 확보 등에 대하여는 별다른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만약 국민이 불법한 수사나 부당한 세무조사로 피해를 입는다면 그 주체가 어느 기관인지 또 기관 간에 권한이 어떻게 분배되어 있는지가 무슨 상관인가?
더구나 각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 각종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약만으로는 누구의 정책인지 알 수도 없다. 이는 각 후보들이 시류에 편승하여 선거에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강이나 정책도 인기가 있는 쪽으로만 바꾸는 소위 ‘정책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공약의 추진 일정과 재원확보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만약 공약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매니페스토(Manifesto: 대국민 정책계약)는 이미 실종위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어떤 정치 논평가는 이들의 공약경쟁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혹평까지 한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이 이미 정치단체화해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행동을 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대선과 관련하여 변호사의 더 큰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변호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의 최고의 지성인에 속한다. 본인이 특정 선거캠프에 속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장래를 결정하는 중대사인 대선에서 팔짱만 끼고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칭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대선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불법이 있을 때에는 즉시 온 국민에게 알리는 감시자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변호사들이 이번 미국의 경우와 같이 투표현장에 직접 나가 불법여부 감시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교·검토하고 이들의 진정성 여부와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주위의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대선과정에서 철저한 감시자의 역할을 다하여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 정태원 변호사·변협 수석대변인    ctw5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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