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변호사들에게 2013년 1월 14일은 무슨 날일까? 오는 12월 19일이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2013년 1월 14일은 초대 직선제 변협 협회장 선거일이다.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이 ‘직선제 대통령’으로 거듭나기까지 6·10항쟁이 있었던 것처럼, 변협이 직선제 협회장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산통을 겪었다. 법조계도 민주화의 도도한 물결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협회장이 전국의 변호사들을 직접 대표하는 ‘변호사들의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모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5명 가량의 잠룡들이 초대 직선제 변협 협회장 자리를 두고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변협 대변인인 나는 가끔 법조 출입 기자들로부터 “도대체 변협 협회장이 어떤 자리기에 그렇게 경쟁이 치열한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변협 협회장은 어떤 자리이며, 왜 그리도 쟁쟁한 변호사들이 협회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일까?
변협 협회장은 1만4000여 변호사들의 수장으로서, 직역 내부적으로는 연간 73억원 가량의 변협 예산을 집행하고, 변호사 등록과 징계, 전문 연수, 법학전문대학원 평가, 법조일원화 지원 업무 등을 통해 개개 변호사의 직무와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대외적으로는 법원과 검찰, 국회와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강력한 견제기능을 행사하고, 국제적으로는 한국 변호사의 대표로서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법조단체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수행한다. 변협이 이번 제19대 국회의 개원을 강제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법관 공백 사태로부터 대법원을 구한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변협 협회장의 영향력을 웅변하며, 현 협회장이 차기 환태평양변호사협회 의장으로 지명된 사실은 국제 법조계 속의 변협 협회장의 위상을 대변한다. 더욱이 차기 제47대 협회장은 그간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들에 의하여 간선되던 프레임을 벗어나 처음으로 전국 변호사들의 직접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므로, 한국 사법 역사상 그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초대 직선제 협회장의 자격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 법조계의 현안과 시대정신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과 역량을 가진 사람만이 초대 직선제 협회장의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 법조계의 현안과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법조계 내부의 양극화 극복, 법률시장 개방 등 국제화 대응, 직역 수호, 그리고 공공성 강화를 통한 대국민 신뢰 확대, 이 ‘네 가지’라고 단언한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여섯 명 중 한 명은 월 소득이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워킹 푸어다. 로펌마저도 경기침체와 법률시장 개방의 격랑 속에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변리사·세무사 등의 직역 침해 시도 또한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들이 최근 5년간 업무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이 436건이나 되고, 사기사건 등에 연루된 변호사도 5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여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헤매는 형편이다.
대한변협은 기본적 인권 옹호, 변호사의 품위보전과 자질향상, 변호사 등에 대한 지도와 감독 등 8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고(변협 회칙 제2조), 협회장은 그 목적 전부를 실현해 나갈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차기 협회 정책의 우선순위가 변호사의 품위보전과 자질향상을 위한 위 네 가지에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미국변호사협회(ABA)도 ‘미국 법조계의 대표자로서 자유를 수호하고 정의를 구현함으로써 협회 회원, 법조직역, 그리고 공공에 동등히 봉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으면서, 그중 최우선으로 ‘회원들의 전문가적 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첫째 목적’으로 천명한다. 초대 직선 협회장 후보자들이 필히 참조해야 할 부분이다.
전국의 변호사들도 ‘눈은 반짝’, ‘귀는 쫑긋’ 그리고 말초신경까지 곤두세워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의 현안에 대한 인식, 문제 해결 역량과 혜안에 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 최진녕 변호사·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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