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이 두 달 정도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떨어진 사람들’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바로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이야기입니다. A로스쿨은 몇 명이 떨어졌느니, B로스쿨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떨어뜨렸다느니 하는 소문이 오가고 있습니다.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하지 못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작년에 비해 졸업시험 탈락자 수를 늘려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양호한 학생들만 변호사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자교의 ‘수치상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려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몇 명의 학생이 시험을 응시하는지와 무관하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고정된 것에 기인하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로스쿨제도 자체가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에 논의의 실익이 있습니다.
제1회 변호사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은 합격률이 높은 순으로 로스쿨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순위선정은 큰 맹점이 있는바, 실제 각 로스쿨의 총 정원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 응시인원 대비 합격자수로 합격률을 산정하고 순위를 매김으로써 졸업시험이나 유급제도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졸업시험 기회를 더 많이 박탈한 로스쿨이 더 높은 순위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게 나온 로스쿨은 ‘순위도약’을 위해, 합격률이 높게 나온 로스쿨은 ‘순위유지’를 위해 서로서로 자교의 학생들을 졸업시험에서 더 많이 떨어뜨리려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는 작년과 동일하게 1500명 선으로 고정되어있는데, 응시자수는 - 작년에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진 200여명과 휴학 등으로 인해 올해 처음 시험을 치르는 1기 로스쿨생 및 추가합격자들로 인해 -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각 로스쿨들은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교학생을 졸업시험에서 더 떨어뜨리려는 더욱 강한 유인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 로스쿨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법학교육의 정상화이고, 다른 하나는 특성화된 법조인의 배출입니다.
‘신림동강의’로 대표되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합격이 거의 불가능했던 사법시험(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대한변협신문 제397호, 필자가 쓴 ‘로스쿨통신’을 참고바랍니다)은 법학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년간 고액의 사교육비 및 신림동 거주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 서민들의 법조진입기회를 사실상 박탈하게 되는 부작용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변호사시험에 떨어지는 사람들이 누적됨에도 불구하고 합격자 수를 고정시키고 거기다가 졸업시험제도까지 엄격하게 시행할 경우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법학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한 사법시험제도의 폐단을 그대로 재연하는 꼴이 됩니다. 또한 각 로스쿨들이 지금처럼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에너지를 쏟다보면 특성화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각 로스쿨별로 특성화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이곳 ‘로스쿨통신’란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고, 안타깝게도 제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학생과 학교, 정책담당자 모두가 대안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첫째, 언론은 로스쿨 서열화를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해야 하며, 둘째, 각 로스쿨은 의미 없는 ‘수치상 합격률 높이기’행위를 중단하고 학습환경의 개선 등을 통해 실질적 합격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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