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분야에 부정부패는 자리잡고 있다. 사회는 점점 다양해지고 기술의 진보로 부정부패 양상도 점점 복잡하고 고도로 지능화돼 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는 자신들의 치부가 생기면 이를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고 안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고 수사기관에서 개입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한다.

현재 감사시스템으로 자체적인 부패방지 노력을 하고 있으나 감사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국민은 잘 알 수 없다. 수많은 부패사범들에 대해 해당 분야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 경찰은 개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 검사도 자신들이 공부한 바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에 대해 최종적인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나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저지르는 부정부패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비록 우수한 인재들이 검사가 되어 해당분야 전문지식을 뒤늦게라도 습득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컴퓨터범죄, 금융범죄, 정보통신 범죄 등 검사들이 단시간에 지식을 습득하기에는 어려운 분야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 각 분야의 부정부패는 각 분야에서 일차적으로 해당분야 전문가가 추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요즈음 대선시기를 맞이하여 이런 저런 검찰개혁 방안이 다시 나오고 검찰은 이에 반발하는 등 과거에 보았던 모습이 다시 보인다. 이에 26년 정도 검찰에서 재직한 경험을 토대로 법개정을 최소화하면서 부패방지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검찰청에 통합 배치되어 있는 검사를 분야별 해당기관에 파견하여 분산 배치하고 해당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 부처나 공공기관, 부패취약 분야에 감사기능 외에 수사기능까지 부여하자는 것이다. 파견되는 검사는 5년 단위로 최소 10년 정도 해당부서에 근무토록 하면 전문성도 충분히 갖춰질 것이다. 각 분야에 수사부서를 신설하려면 현재의 검찰청 인력 파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고 검사와 수사관, 사법경찰, 특별사법경찰 등의 대폭적인 신규선발이 필요할 것이다. 요즈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는 것이다. 현재 분야별 감사기능의 책임자는 대부분 1인 체제로 되어 있으나 감사책임자를 기본적으로 직무감사관과 회계감사관 2인 체제로 할 필요도 있다. 직무감사관은 검사나 법률전공자를 임명하여 수사업무를 관장토록 하고, 회계감사관은 경제 분야 전공자를 임명하면 상호보완과 견제기능을 통하여 각 분야 내부의 자정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현재 수사권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검경 문제도 경찰 수사부서에 검사를 파견, 팀을 이루어 수사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별도의 국가수사청을 만들자고 하면 법무부와 경찰관장 부처가 서로 관장하겠다고 싸우다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한다. 각 분야에 파견되는 검사에 대해서 형식으로는 법무부에서 관장하되 실질적으로는 해당부서 관리 하에 5년 이상 근무토록 하면 어느 한쪽 부서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이러한 시스템은 검찰권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분산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 중심으로 검사를 운용하면 부장, 차장, 검사장 승진에 신경쓰느라 정권에 아부한다는 비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검사동일체 원칙, 상명하복의 원칙을 통해 전국 검사를 일사불란하게 관장하고 있는 검찰고위층에서 자신의 관장 하에 있는 검사의 상당 부분을 다른 부처에 뺏긴다는 점인데 이제 대의를 위하여 소의를 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남아있는 검찰청 검사의 할 일도 많다. 파견검사의 수사권력 행사가 적정한지 감독하는 것은 치밀한 부정부패 감시시스템 구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공소권 행사를 통해서나 감찰기능으로 파견검사의 권력남용이나 직무유기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고위공직자비리나 광역단위 대형범죄 등 파견된 검사들이 수사하기 힘든 분야도 많아 기존 검찰청의 할 일도 아직 너무 많다. 고위공직자비리 수사를 책임지는 부서의 장에 대해서는 임명요건을 강화하면 별도의 사정기관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검사를 파견하는 검찰이나 검사를 파견 받는 각 분야에서 진정으로 부정부패를 추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부패에 취약한 분야일수록 이러한 제도 도입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입법과정에서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내년에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국회에서는 더욱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진정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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