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도 중간고사가 끝나고, 날씨도 스산해지니 곧 시험이 다가올 것만 같은 긴장감이 학교주위를 맴돈다. 100일도 남지 않은 시험. 고3 수험생이 수능을 앞두고 있을 때 곧 고3이 될 것이라는 긴장감을 품고 있었던 고등학교 2학년 그때가 다시 떠오른다.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는 서로가 가지는 가치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지금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들에게는 변호사가 되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변호사, 법조인, 판·검사라고 다르게 부르고 있는, 각자 꿈꾸던 미래를 실현해내기 위하여 3년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 남들이 모두 멋있다고 하고, 성공한 변호사는 큰돈을 벌기도 하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도 좋아 보였던 것일까?
로스쿨을 다니면서 자아에 대한 고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게 된 것 같다. 학습량에 비해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강박관념을 많이 가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졸업해서 나가면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에 학교에 붙어있는 가인법정경연대회 포스터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걸 잘하면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 최근에 인권활동 프로그램 공모전에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받은 동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필자가 공부를 한다며 도서관에서 끙끙대고 있을 때 그들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여, 유관기관에 협조를 하러다니느라 무척 고생을 많이 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공부하기도 어려울 텐데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당장 공부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서 학점을 못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조금 더 극단적으로 보면 변호사시험을 보는 데도 장기적으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고생을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시험기간에는 또 밤을 새워가며 시험을 치러내는 그들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게 되었다. 시간의 부족과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서도 사회의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풀어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이 상대평가이고 성적은 공개되지 않으니 당연히 시험과 학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과외활동 또한 참여하기 쉽지 않다. 좋은 학점, 경연대회 입상경력 등은 물론 법을 잘하는 변호사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법조인들의 우수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을 보면 꼭 그것만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연 무엇이 더 절실한 것일까? 조금 더 낮은 곳에 임해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설 수 있기 위해서는 당장의 법 공부 1시간보다 사회문제에 대한 1시간의 고민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법에 대해 해박한 소위 잘하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마음에서 우러난 말 한마디와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그런 가슴이 따뜻한 변호사를 꿈꾸었던 지난날을 오늘 다시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