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의 첫 협회장 직선제 선거가 다가왔다. 벌써부터 수면 아래로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어느 후보가 먼저 나섰고 어디 어디를 돌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방회 회장이 찾아오려는 후보를 정중하게 사양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원로나 청년변호사들이 후보들을 불러 사설청문회와 흡사한 행사를 했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그동안 선거과정을 보면 상품광고 같은 느낌이 많았다. 진정으로 추진할 의사가 의심되는 백화점식 정책공약 팸플릿이 난무했다. 억지로 이미지를 연출한 후보들의 사진이 떠돌았다. 회장후보들의 연설을 듣다보면 고등학교 웅변대회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 허상의 이면에서는 씁쓸한 흥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부협회장 자리나 상임이사 자리를 로펌의 표와 교환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된 임원진에게 헌신성을 기대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직선제 협회장 선거부터는 선거판이 달라질 것 같다. 대한변협은 공청회를 기획하고 있다. 후보들이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대답해야 한다. 후보들이 준비된 수십개의 질문지 중 하나를 임의로 뽑아 즉석에서 답변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후보와 난타전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에서 후보들의 경륜과 삶이 노출될 것이다. 공청회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이 변협 홈페이지에 게재되면 변호사들은 이를 각종 SNS로 전달할 것이고, 변호사들은 이 과정에서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다.
이제 협회장이 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인 인물은 배제할 때가 됐다. 협회장 후보자들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변호사들의 피 흘리는 자존심이 회복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청년변호사들의 심정이 걱정을 넘어 두려움이 된 현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협회장은 대법원장, 장관들과 와인 잔을 부딪치며 사교하는 자리가 아니다. 세상을 향해 법과 정의를 부르짖어야 하는 위치다. 앞에서 싸우고 투쟁하며 힘들어하는 회원들을 보살피는 목자가 되어야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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