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로 듣기 싫어하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여전히 몰라요”, 프로그래머에겐 “버그가 자꾸나요”, 미루어 생각건대 법조계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일까?
의료업계에선 당연히 “아직도 아파요” 다.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집중하고 바로잡아야 할 지점이라는 신호인 셈이지만, 그래도 맥이 빠진다.
얼마 전에도 족저근막염, 한의학적 표현으로는 족근통(足根痛) 환자가 그랬다.
선생님이란 직업 때문에 몇 시간씩은 서서 수업을 해야 하는, 치료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환경에 놓여있긴 했지만, 이미 정형외과를 거쳐 온 환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치료기간을 보면 짧지 않은 시간을 치료를 위해 노력한 셈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콕콕 쑤시는 통증이 있고 이런 통증이 오래 걷거나 서있으면 심해지니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닐 터였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전원되어 올 경우에는, 특히 한의원으로 올 경우는 특별한 치료기법 내지는 기적을 소망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환자들보다 정확하게 예후나 치료기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2~3개월 정도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 족근통만 가지고 그 기간을 치료하러 꾸준히 나오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치료기간을 정확하지만, 길게 이야기해도 치료를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너무 짧게 이야기하면 환자도 치료자도 조급해지기 쉽다.
예전에 선생님께서 발병(發病)에 걸린 시간만큼 치료기간도 걸리더라고 말씀하셨지만, 환자를 대하면 환자보다 더 조급증에 걸려서는 ‘왜 이렇게 안되지? 뭐가 틀렸지? 이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하는 고민이 쌓이는 게 임상이다. 아마 선생님도 그런 경험으로 말씀해 주셨겠지만, 걷는 법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들어도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것이 있다.
족근통의 대략적인 치료기간은 스트레칭 등의 운동요법으로 해결될 단계를 넘어선 상태에선 보통 6개월에서 1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발바닥 근막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염증과 섬유화 퇴행성 병변을 차례대로 겪으면서 진행되는데 보통 발바닥을 내디딜 때 통증이 생기지만 치료가 장기화됨에 따라 허리나 고관절까지 통증이 미치는 경우도 있다.
보통 30대 이상 50대 미만으로 활동성이 증가하는 계절에 많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운동을 과도하게 했거나 불편한 신발에서 시작할 수 있다. 휴가철 발가락 신발류의 납작한 샌들과 여성 환자에겐 단연코 하이힐이 원인이다. 잘못된 운동법에 영향을 받고 체중이 증가하면 통증도 당연히 증가한다.
우리 발은 두 방향으로 곡선을 가지고 있다. 이 곡선이 살아있으면 보행 시에 충격이 잘 완화되어서 다른 근육이나 인대들이 잘 보호가 되는데 이 곡선이 깨지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편족과 같이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고 나머지는 환경적인 요인이라고 봐야 한다.
만약에 발바닥이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디딜 때 통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만성으로 넘어가는 심각한 단계의 치료법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만한 운동법은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아킬레스건이라고 알고 있는 종근(宗筋)이 발바닥과 연결되어 있는 근(筋)이 뿌리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일단은 종아리 근육에 순환이 잘되는 스트레칭이 꼭 필요하다. 계단에 발 앞부분으로 서서 무릎을 펴고 발꿈치를 서서히 오르내리거나 평지에서도 까치발 상태를 15초 정도 유지한 후 천천히 내려주거나, 발을 앞뒤로 벌리고 벽을 미는 자세를 통해서 종아리를 충분히 이완시켜야 한다. 급성기 통증이 심할 때는 냉동캔 등으로 발바닥을 굴려주는 방법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발의 아치를 만들게 다리를 앞쪽으로 뻗은 상태에서 수건을 발바닥에 걸어서 몸쪽으로 잡아당기는 방법을 15~30초가량 유지한다.
족저부 통증이 있을 때는 편히 휴식하고 신발을 바꾸고 본다. 체중을 줄이고 스트레칭과 각종 운동요법으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직도 아파요” 외치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다니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치료자는 신속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결국엔 치료한 ‘시간’이 낫게 할 거라고 믿어야지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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