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세계한인변호사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Lawyers, 이하 IAKL) 연차총회에 신영무 협회장님, 이병주 기획이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에서도 4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참석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모두 30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모여서 총회를 진행하였습니다.

IAKL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직입니다. 즉 변호사자격을 어디에서 취득하였는지를 불문하고, 한국인(국적은 불문) 변호사면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한국 법률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인이 아니어도 한국인을 배우자로 하고 있는 외국변호사 혹은 한인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외국 변호사들도 가입하고 있습니다.

IAKL은 1987년에 처음 설립되어 올해로 25년째가 됩니다. 이번 연차총회는 제20회 연차총회이며, 매년 미국과 한국을 번갈아 오가면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1987년 당시 한국에는 변호사가 1500여명에 불과하였고, 해외의 유수의 법률가로 활동하는 수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한국에만 변호사 수가 1만4000명에 달하고 있고, 해외의 경우에는 25개국 이상에서 2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IAKL은 이와 같은 한인 변호사들의 질적 양적 성장과 더불어 한인 변호사들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연차총회에 30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세계 각국에서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요 로펌들도 상당한 금액을 후원하였다는 점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연차총회는 9월 13일 목요일 저녁 환영리셉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국제 콘퍼런스의 리셉션에 가게 되면 처음에는 좀 쑥스러운 면도 있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생각보다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IAKL의 경우에는 같은 한인 변호사라는 연대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한국말만 하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을 정도로 해외 한인 변호사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훌륭했고, 바로 이와 같은 점이 IAKL의 향후 미래를 더 밝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세션은 9월 14일 금요일과 15일 토요일 양일 간에 걸쳐서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집단소송과 관련한 세션에서 한국의 집단소송제도에 관하여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해외 법률 콘퍼런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세미나의 내용도 다른 국제 콘퍼런스보다 더 알차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는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고, 함께 참여한 다른 변호사님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국제 컨퍼런스보다는 좀 더 한국의 법제와 외국의 법제를 중점적으로 비교하면서 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들이 매우 성의있게 발표준비를 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9월 13일 금요일 저녁식사 시간에는 신영무 협회장님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협회장님은 본인의 법조인생을 반추하면서, 법률가에게 있어서 평판은 깨지기 쉬운 화병과도 같아서 한번 깨지면 다시 붙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하여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후 장소를 코리아타운으로 옮겨서 각국에서 온 여러 변호사들과 즐거운 시간을 새벽까지 보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은 IAKL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같은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연대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9월 14일 토요일 세션 이후 저녁에는 미국 제9항소법원 판사인 재커린 응우옌의 연설과 함께 저녁 만찬이 있었습니다. 이날 한국 측 회장으로 유영일 변호사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IAKL은 한국 측 회장과 미국 측 회장이 있습니다).

저는 몇 차례 한국에서 열린 IAKL 행사에는 참여해 본 바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개최된 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총회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사무실 업무로 인하여 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개최된 총회에 참석을 하니 더 많은 시간을 총회에서 보내면서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IAKL의 경우 세미나뿐만 아니라 네트워킹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국과 관련된 법률시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 사이의 모임이므로 상호 관심사가 매우 유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학교 선후배 혹은 이전 직장의 동료 및 선후배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서 급속하게 관계가 진전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 외국법자문사 사무소의 개소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실제로 법률시장의 개방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응하고자 하는 중소규모의 법무법인이나 합동법률사무소에도 IAKL을 활용할 방안을 찾으신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IAKL의 회원들 중에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지고, 대형 로펌은 물론이고 중소규모의 로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많습니다. 한편 변협에서는 청년변호사들의 국제화에 도움을 드리고자 이번에도 3인을 선발하여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여 본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와의 교류회에서, 일본 변호사들은 IAKL과 같은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면서 매우 부러워한 바 있었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IAKL과 같은 조직을 통하여 한국 법조인들이 국제화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법조인들의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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