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변시합격률이란 일부 로스쿨이 자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100%가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방법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을 줄여 마치 합격률이 100%(혹은 100%에 근접하게)가 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각 로스쿨이 관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민법상 표현대리와 표현변시합격률의 적용에는 과연 차이가 있는 것일까? 또 이를 구분할 경우 이에 따른 실익은 있는 것일까?
민법상 표현대리의 경우 무권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 듯한 외관이 형성된 것에 대하여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는 무권대리행위에 대해 본인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을 보호함에 반해, 표현변시합격률은 외관형성에 기여한 로스쿨 측의 책임이 없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의 박탈 등 그 피해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떠넘겨진다는 점에서 논의의 실익이 있다.
표현변시합격률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획일적 상대평가에 기인한 유급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배제시키는 방법이고, 후자는 졸업시험 통과를 어렵게 하여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변호사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자교의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된 바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후자에 대한 논의만을 하기로 한다.
제1회 변호사시험과 마찬가지로 제2회 변호사시험에서도 합격자는 1500여명 정도가 될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1700명이 안 되는 학생들이 응시했던 제1회 변호사시험과는 달리 이번 변호사시험 응시예정자는 2기 정원 2000여명에 추가합격생, 제1회 변호사시험 불합격자 및 1기 복학생 등을 합치면 적게는 2150여명에서 많게는 2400여명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더 치열해진 환경에 처한 각 로스쿨은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한 학생들’에 대해 아예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게 될 수 있다. 합격률산정은 실제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인원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몇몇 로스쿨은 졸업시험에서 기존에 부여하던 조정점수를 없앤다든가, 졸업시험 통과 점수를 올리는 방법으로 더 많은 학생들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몇가지 학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공평의 관점에서 모든 학생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자는 표현변시합격률 폐지설이 있고, 다른 학설로는 학습시스템의 개선 등을 통해 수치상의 합격률이 아닌 실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실질설이 있다.
졸업시험은 3년 간의 학업과정을 검토하는 의미여야 하지, 변호사시험 합격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색출해내는 수단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총 정원대비 합격률은 높지 않으면서 수치상의 합격률 100%를 달성하는 것보다 학습환경의 개선과 제반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실질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각 로스쿨들이 이처럼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결국 몇 명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든 합격인원이 고정되어 있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입법론으로는 변호사시험합격자 선정방법을 총 응시자대비 일정 비율의 학생이 합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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