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는 TV 속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본래 대사, 대본에 없는 말을 사용할 때 이를 흔히 ‘애드리브’이라고 한다. 본래 애드리브(ad lib)는 라틴어 ‘ad Libitum’에서 온 말로서 음악 등에서 그 곡의 주제, 화성진행 등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연주자가 자유롭게 연주하는 부분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곡자가 악보에 ad Lib이라고 기재하여 연주자에게 일정한 제한 속에서 자유롭게 연주할 여지를 주는 부분이 따로이 있다. 이와 같이 애드리브는 사실 음악 용어다.

음악을 시작하는 초보 단계에서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곡자가 원래 지시하는 템포, 속도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주하는 것이 요구된다. 흔히 음악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어린아이들이 연주할 때 기교적으로 어려운 부분에서는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쉬운 부분은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러한 미숙함을 고치고 작곡자의 원래 의도의 템포를 유지하는 것에 연습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메트로놈을 켜 놓고 이에 맞추어 연습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보다 능숙한 연주가가 연주하는 경우, 또는 한 작품에 대한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져 완성도 높은 연주가 가능해진 경우에는, 그 연주는 메트로놈에 구애받지 않고도 때로는 그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메트로놈이 알려주는 박절과는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는 시종 템포의 불안함 없이 안정적인 연주로 들린다. 연주자가 그 작품의 모든 부분에서 기교적인 면에 아무런 무리가 없이 연주하면서 음악의 흐름에 따라 몰아치는 부분과 쉬어가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연주하면, 그것이 청중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연주, 템포에 흔들림이 없는 연주로 들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음악이 청중들이 듣기에 아름답고 안정된 연주가 되기 위하여서는, 작곡자가 ad Lib을 요구한 부분 이외에도 곡 전체에 대한 계산되고도 치밀한 ad Libitum 정신이 요구된다. 음악이란 청중이 들었을 때 감탄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한 소리를 만들기 위하여 연주자는 악보에 지시된 것 이외에 다양한 요소들을 생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전공하던 시절, 템포가 빠르고 기교적으로 어려워 마음 급하게 연주되는 부분, 음의 도약이 커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래서 템포 유지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되는 부분을 연주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건반을 건드리지만 말고 다 깊이 누르고 지나가라’는 말이 많이 들었다. 선생님은 내게 메트로놈에 맞춘 속도와 상관없이, 청중이 듣기에 편안한 감정적 속도를 고려한 ad Libitum을 요구하셨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마치 법규정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을 철저히 고수하여 법적용을 하는 경우 그 법의 본래의 개정취지가 몰각되는 경우가 있어 때로는 구체적 타당성을 위하여 법규정에 대한 목적론적 해석을 더하여야 하고, 그럴 때 비로소 수범자들은 법규정이 공평타당하게 안정적으로 적용된다고 느끼는 이치와 유사하다.

이와 같은 ad Libitum의 미덕은 음악, 나아가 문화예술이 문화예술사업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시현되는 경우에도 발휘될 것이 요구된다. 공적기금으로 지원받는 문화예술 단체의 경우 그 사업운영을 하며 준수해야 하는 관련 법규 및 지침 등이 문화예술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사업의 위탁, 시행을 위한 각종 계약의 체결 절차, 그 계약 내용 등을 일반 공사도급계약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전도유망한 신예 예술가들의 지원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고, 상당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초기 투입 비용이 회수되고 고정비용이 감소하여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적정한 지원이 되지 아니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이 없다면 이 팍팍한 세상살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문화예술이 없었다면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부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사랑에 ad Libitum의 묘미가 발휘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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