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9일 일본 와카야마현 기슈미나베 로열호텔에서 제2회 법조지도자회의가 진행됐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재야 법조 대표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연합회는 198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 상호 방문하면서 정례교류회를 개최해 왔다. 그러다가 작년인 2011년부터 양회는 그 간의 ‘정례교류회’를 ‘국제 콘퍼런스’로 격상시켜 개최하고 있다.

종래의 ‘정례교류회’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 및 일변연 집행부만이 참여했었는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대한변협 집행부 외에도 각 지방회장과 임원들이 참여하여 양국 법률문화 향상을 도모함은 물론 양국 법조 리더 간의 친선을 통한 국가적 차원의 우호를 증진하는 등 민간 차원의 외교활동을 펴게 되었다. 최근 한·일 정치지도자 사이에 독도문제 등으로 양국 정세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참가자 49인, 일본 변호사연합회 57인이 이 회의에 참석하여 우호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정을 진행했다.

특히 일본은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데다 우리보다 몇 년 일찍 로스쿨제도를 도입하고 법원에서는 참심제를 실시하는 등 여러모로 서로 상황을 살피고 배울 점이 많다. 법률시장 개방도 일본은 1987년에 이뤄져 우리 변호사회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겠다.

이번에 특히 양국 변호사들이 공감한 부분은 청년변호사들의 취업난과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양국 법조지도자들이 이의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한일 양국이 갈등이 고조될수록 냉철한 자세로 민간외교를 활성화함으로써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도 이번 대회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번 참가자 중에는 재일코리안 변호사협회 변호사 8명이 참석하여 대한변협과 일변연 변호사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한편 한국 변호사들과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번 대회 장소인 와카야마현은 최초로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한 재일동포 김경득 변호사가 활동한 곳이기도 하여 우리 대한변협 참가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였다.

한·일 법조지도자 회의는 동시통역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개회식에서 야마기시 겐지 일변연 회장은 “양 변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과제들에 대해 최신 상황과 활동을 서로 배워 충실한 의견교환과 한층 더 깊은 우호 협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한일법조지도자회의의 목적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션 1에서 ‘젊은 변호사 지원 및 법조업무 영역확대’라는 주제로 히구치 가즈오(일연변 부회장), 야마시타 데츠오(일변연 부회장), 어영강(대한변협 교육이사) 3인이 발표하였고, 이에 대하여 토론이 전개되었다.

히구치 가즈오 변호사는 청년 변호사 지원에 관하여 발표하였는데, 일본 내 청년변호사 지원의 최근 현황을 설명하고 일변연의 청년 변호사 지원책으로 ①독립개업 지원 메일링 리스트 ②독립개업 지원 튜터 제도 ③매뉴얼 발행 등 정보 제공활동 ④변호사 편재 해소를 위한 경제적 지원(독립개업 지원 등)을 소개했다. 또 각 변호사회가 진행하는 청년 변호사 지원책으로 ①신규 등록 회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회의 독자적인 튜터 제도 ②지도 위탁 변호사 제도 ③집무공간 제공 ④신규 등록 후 일정기간 변호사회비의 감면 조치 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청년 변호사 지원책의 성과와 향후과제 부분에서는, 변호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신인 변호사가 고립되면 변호 과오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변호사회에 대한 소속의식이 희박해져 변호사 자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염려하면서 앞으로 일변연과 각 지방회가 계속 협조를 강화하여 각 지방 변호사에 맞는 정교한 신인 변호사 지원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튜터변호사제도에 대한 소개를 들은 대한변협 변호사들이 “과거 우리도 ‘멘토링 제도’를 운영해봤지만 1:1 멘토링에서 멘토들의 연령대가 높아 청년변호사들의 부담감이 커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소개하자 일변연 변호사들이 “우리의 경우도 전화로 인사하는 것으로 끝나고 실제로는 별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어 직접 만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도 활성화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일본 사법연수 종료 후의 등록시점에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자가 해마다 증가하여 2011년 말 신 64기 일괄등록 시점에서 미등록자의 수가 전년의 1.9배(400명)에 달한다는 것으로, 청년 변호사의 취업난의 심각성을 웅변해 주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시험을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람과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 수가 많아져 당장 연말부터 심각한 취업난이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할 것이다.

야마시타 데츠오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 영역 확대에 대하여 발표했다. 그 내용으로는 업무영역 확대 방편으로 ①기업 내 변호사 취업 증대 ②관청 및 지방 공공단체 취업 등을 통하여 법의 지배를 사회 구석구석까지 널리 퍼지게 한다는 사법제도 개혁 이념에 부합시키고, 지방 공공단체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또,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진출 또는 ①중소기업 변호사단 운영 ②고령사회 대책으로 홈로이어(Home Lawyer) 변호사 양성 ③권리 보호보험 확대 ④지적재산 변호사의 육성 등을 제시했다.

홈로이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고령자의 권리옹호를 위해 변호사들이 생전의 재산관리부터 사후의 재산승계·처분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이며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고 답변했다. 우리의 경우는 준법지원인제도처럼 1개 회사에 1명의 변호사들 두는 방식을 제도화했다면, 일본은 1가정에 1명의 변호사가 법률문제를 지원하는 방식인 것 같아 흥미로웠다. 홈로이어는 의료·복지기관 등과 제휴해 고령자의 권리옹호에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이의 확산을 위해 일변연이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에서 강좌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는 고등법원소재지 10개소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어영강 변호사는 우리나라 청년 변호사 지원과 법조업무 영역 확대라는 제목으로 ①청년 변호사 문제 관련 통계자료 및 청년 변호사 지원을 위한 활동(청년 변호사 특별 위원회, 사내 변호사 특별위원회, 여성 변호사 특별위원회, 변호사 취업정보센터의 설치) ②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대한변협 주관의 6개월 연수 프로그램 ③법조 일원화 시행에 따른 새로운 법관 임용제도 ④준법지원인 제도에 관해 요령 있고 명쾌하게 일변연의 변호사들에게 설명했다.

우리의 경우는 변호사수가 한해에 250%가 늘어나는 격변을 맞아 취업대란이 우려된다는 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에 공감을 얻었다.

세션 2에서 ‘법률구조와 리걸 엑세스에 관한 최근 진전 상황’이라는 주제로 모리야마 히로시(일변연 부회장), 이태섭(대한변협 법제이사), 김종철(대한변협 인권이사) 3인이 발표한 후 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모리야마 히로시 변호사는 ‘원자력손해배상분쟁해결센터 설치를 비롯한 지진재해 대응에 관한 일변연과 변호사회의 활동’, 이태섭 변호사는 ‘민사전재 소송제도 개관’, 김종철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공적자금을 포함한 최근의 발전 상황’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세션 3에서 ‘국제 법조사회에서 동아시아 법조계가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법과 해외활동 확대’라는 주제로, 하시모토 후쿠타카(일변연 부회장) 변호사가 국내 법률사무소 업무지원과 관련한 일변연의 최근 활동(중소기업의 해외 전개 업무에 대한 법적지원), 오가와 교코(일변연 부회장)변호사가 ‘아시아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협력(변호사회 간 협력)의 가능성’, 손도일(대한변협 국제이사)변호사가 ‘국제 법조계에 있어서 동아시아 법조계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하여 각 발표하였다.

이번 한·일 법조인 세미나를 참여하고 그 내용을 음미하면서 나의 머릿속을 강하게 짓누르면서 계속 맴도는 무거운 과제가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최고 우등생 중의 한사람으로서 성장하여 젊은 변호사가 된 다음에 자신들의 꿈을 힘차게 설계하지 못하고 취업걱정으로 한숨을 쉬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책은 과연 무엇일까?

훌륭한 인재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내몰기보다는 국가나 사회단체가 이들을 시스템으로 흡수하여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고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량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정책이 없는 것인가?

선진국가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전문가가 각계에서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의 작동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할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만들고 대량으로 법조인을 배출해 낸 것도 그런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뜻이 있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미나의 문제 제시와 토론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