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시스템 최적화위해 노력할 터”

소리 없이 변호사의 업무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화제다.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은 사건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불편했고 의뢰인의 재촉 때문에 검찰을 찾아도 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경찰·검찰·법원·법무부 간의 정보를 공동활용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최적화된 이후로는 옛말이 됐다.
70여개 종류의 온라인 형사사법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www. kics.go.kr 이하 킥스)에는 현재 변호사 총 1445명(2012년 7월 31일 기준)이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잘 만들어진 사법정보사이트라 해도 변호사로부터 외면받으면 존재가치가 없을 터.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피드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2004년부터 6년 동안 850억의 예산이 투입돼 만들어진 사이트를 책임지고 있는 김영대 단장(부장검사·연수원 22기)을 만나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뭔가요?”
“음…수사와 재판, 형 집행 등 형사사법업무 전반을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수준 높은 IT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잖아요? 경찰·검찰·법원·법무부 간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 간 형사사법정보를 공동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간단한 형사사건은 전자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변호사들은 흔히 검찰에 가서 사건기록 열람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든가, 이미 법원에 넘어가서 기록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든가 증명서하나 발급받으려고 몇 번을 검찰청을 들락거린 의뢰인의 푸념을 자주 들어왔다. 검찰정보는 접근이 어렵다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지도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민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과거에는 검사결정문이나 사건처분결과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직접 검찰청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집이나 회사에서 아무 때나 형사사법포털 킥스에 접속해서 편하게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수수료도 낼 필요가 없어졌고요.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자신이 낸 고소장에 대한 주임검사가 누구인지, 수사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형사사건 진행상황 조회는 경찰, 검찰, 법원 단계별 확인이 가능합니다. 아, 또 하나 정말 편리해진 건 휴대전화로 법원의 벌금선고결과를 통보받고 저희 포털에서 약식명령을 확인한 후 바로 벌금을 납부할 수 있어요. 정말 편리해진 거죠.”
시스템이 개통된 2010년 무렵에는 55만여건에 불과하던 접속자 수도 어느새 2600만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개통초기에 11개 종류에 불과하던 기관 간 공유정보 또한 400여종으로 확대되고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조금씩 호응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고. 돈이 계속 많이 들 거라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업무가 효율화되고 중복문서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니 행정인력이 민원·수사인력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검찰 전산입력인력 130여명 중 50여명을 민원부서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각 기관별로 정보를 관리하다보니 정보유통은 제한적이고 예산이 중복되고 서면중심으로 중복보관하니 효율성도 떨어졌던 것이다. 업무환경의 전자화, 국민참여 활동영역 확대, 사법 투명성에 대한 의식 고도화, 국민중심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따로 움직이던 4개 기관이 통합해 정보를 관리하는 포털을 합의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2004년 7월, 4개 기관 실·국장 합의가 시작이었다.
“음주·무면허 사건의 경우는 전체의 24.5%인 약 14만건을 단속부터 벌금납부까지 전적으로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예전방식대로 하고 싶은지 전자적으로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 사건처리기간이 훨씬 빨라지니까 그 선택률이 높아지고 있어요. 평균 47일 걸리던 것이 종이 한장 만들지 않고 전자적으로만 처리하면 30일 걸리니까요. 벌금납부율도 상당히 상승하는 등 성과가 큽니다. 사실 저희 목표는 보름 만에 끝나도록 한다는 거였어요. 더 빨라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민원인들이 편리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면 변호사의 일거리가 줄어드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됐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화 시대이고 정보공유의 시대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시혜적으로 나누어주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변호사가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는 말이 있었는데요. 의뢰인이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해당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사건정보를 조회할 수 없어 의뢰인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줘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선이 됐나요?”
“네. 예전에는 의뢰인이 대리인으로 지정해야 해당 사건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변호사가 형사사법포털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변호사등록번호로 변호사 본인임을 인증 받은 후 ‘사건진행상황 조회’ 메뉴에서 ‘검찰사건조회(변호사)’ 메뉴를 선택하면 사건의 현재 진행상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찰, 법원 사건도 조회 가능합니다.”
사건조회를 위해서는 의뢰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죄명, 주임검사, 수리일자, 처분일자, 처분내용 등이 제공되며 사건관계인 조사내역, 자료제출내역 등 상세정보는 대리인 지정 후 이용가능하다. 물론 의뢰인이 형사사법포털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경우 변호사 성명과 변호사 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도 조회가능하다.
“현재 변호사회원은 1445명에 불과하지만 대한변협과 정보를 공유해 변호사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질을 달리할 수는 없습니다만 최대한 변호사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등록번호만으로 조회가 되도록 만든 것도 변호사분들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입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출범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대한변협에 의견을 구해왔고 수요자인 변호사들의 이용이 성공의 관건이라 여겨왔다는 것이 김영대 단장의 설명.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생각할 때 가장 큰 장점은 ‘투명한 사법처리’라는 것이다. 어느 검사가 맡고 있는지, 접수부터 처리까지 얼마나 걸리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검찰로서도 검사들의 업무처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국민들은 감시가 가능해진 셈으로 신뢰받는 사법행정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업무효율 증진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이 얻는 유무형의 이익은 산정범위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약식사건 하나라도 다 전자적으로 기록되어 통합체크가 되면 ‘빅데이터’라고 부르는 엄청난 자료가 된다. 잘 쓰면 약이지만 악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법원, 검찰, 경찰, 법무부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게모니 싸움도 있을 것 같고 매끄러운 공조가 가능할 것인지도 사실 의문스러웠다.
“처절한 산고의 고통 끝에 탄생한 합작품 이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사실 시스템을 통합형으로 할 것인지 각 기관 독립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진통도 있었고 기존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데 따른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죠. 사실 검찰 내부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수차례 논의 끝에 효과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각 시스템을 연계하는 공통시스템은 운영단이 맡기로 합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각 기관 실무자 연석회의에서 운영단에 요구하는 사항이 수십개항에 이를 정도로 요구사항도 많고 관심과 참여가 많아졌습니다. 사실 변호사분들이 가장 원하시는 것이 의견서 한장 내러 검찰 가야 하느냐라는 지적이 많으신데요. 민사소송의 전자소송화처럼 형사소송도 그렇게 되는 것이 저희들 목표입니다. 의견서, 탄원서 등을 파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포털에 직접 제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앞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가야할 방향과 전략은 무엇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가장 먼저는 범죄피해자를 위한 지원입니다. 형사사법절차에서 소외되기 쉬운 범죄피해자를 위해 자신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어떻게 되는지 조회하고 보호·지원 방법을 알아보기 쉽게 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 사용 확산에 따른 모바일 형사사법서비스 제공입니다. 올해 12월에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세 번째는 전자적 불기소처분 제도 도입과 전자약식 확대입니다. 음주무면허 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전자약식절차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만큼 전자형사소송으로의 발전 토대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4개 형사사법기관이 연결된 인프라와 그간 축적된 정보를 공유·활용한다면 서로의 기관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정보를 킥스를 통해 법무부와 경찰이 공유하는 등 사회 안전망 침해사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검사 본연의 임무에선 좀 거리가 멀어 보이는 IT일을 하고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김영대 단장의 설명은 꼼꼼하고 하나하나 허투루 설명하는 법이 없었다.
“대개의 법조인들이 IT를 어려워하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하하. 저야 2005년에 대검 혁신추진단에서 연구관으로 일할 때 처음 접했으니 벌써 8년째입니다. 그때 6시그마 관제관리 담당이었는데 산처럼 쌓인 기록들에 태그를 달아 인식장치를 갖다대면 원하는 기록을 찾아내는 ‘사건기록 자동추적시스템’을 만드는데 참여했어요. 오류를 잡아내느라 아주 혼났어요. 재산형 집행시스템도 만들고 하면서 IT에 눈을 떴죠.”
이후에는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검찰시스템 개통을 담당해 킥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킥스 개통 후인 2010년 8월부터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농협 전산망에 북한 해커가 침입해 금융거래자료를 삭제한 ‘농협전산망 해킹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리하며 그에 파생된 범죄수사까지 해봤으니 IT에서 ABC를 골고루 경험한 셈.
농협사건에 대해 시비를 걸자 수사결과를 설명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통상의 해커사건에는 사건 후에 범죄를 과시하거나 금전요구, 둘 중에 하나는 나타납니다. 그런 것이 전혀 없었고 국정원이 6개월 전 조사한 북한해킹 바이러스 감염과 동일한 악성코드를 농협 관리 직원 노트북에서 발견했습니다.”
수사결과를 확신하며 설명하는 모습은 천상 검사이고 수사에 한참 재미를 느끼는 부장검사의 모습이었다.
“수사할 때랑 운영단 근무 때의 차이요? 여기선 연구하는 게 재미있어요. 연구원들과 전자신문 봐가며 토론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이 더 적어보여도 여기선 돌발사태가 생기면 꼼짝없이 해결할 때까지 퇴근을 못하니 일의 양을 가지고 어디가 편하다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영대 단장은 개인정보보호관련 저명 학술실무가단체인 한국CPO포럼에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농협전산망 해킹사건’에 대해 발표하는 등 학계·실무계에서도 인정받는 전문가이다.
그의 후임으로 대검 정보통신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후곤 부장검사는 “김영대 단장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이 늘 온화하고 사려 깊어 따르는 후배가 많다”며 우리나라 IT 관계법 분야의 준비된 인재라는 주위의 평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데도 계속 붙잡고 변호사들이 많이 이용하도록 홍보해 줄 것과 변호사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은 언제든 말해주면 고치겠다는 점을 몇 번씩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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