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변호사

지난 6월 3일 포괄수가제를 다룬 KBS 1TV 심야토론에 참여한 후 협박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15년부터 시범실시돼 왔고, 이달 1일부터 7개 질병군에 한해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실시하기로 의료계와도 합의가 된 제도이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가 바뀌면서 반대하기 시작해 토론 주제로 삼게 됐다고 한다. 의협 회장은 저수가로 원가보전율이 74%에 불과해 손해를 보면서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는데,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수익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다. 방송에서는 2009년 5인이상 사업체종사자의 연봉 3435만원, 전문의 연봉 1억600만원을 비교 제시하면서, 어느 정도의 연봉이면 원가가 보전이 되는지 물었다. 의사수입이 얼마가 돼야 적정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1억원을 넘게 받아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회적 설득과 합의를 통해 진료비를 인상해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포괄수가제를 확대실시하면서 의원급 자궁적출술은 27.6%, 맹장수술은 23.5%나 인상됐다. 그럼에도 포괄수가제가 실시되면 적정한 진료비에 못 미쳐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 질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국가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체 금지시키고, 의료인 면허를 준 이유 중 하나이다.
방송에서 이를 지적하자마자, 전화, 홈페이지 등에 밤낮없이 ‘너도 종북좌파 흉내내냐? 치매 조심해라’ ‘뒤통수 치는 모양새가 딱 친일파의 후손이다’ 등의 문자테러가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참았다. 가족에게 모욕을 주었다. ‘그럼 공공재네? 니 마누라도? 그럼 나랑 돌림빵하자’라는 악플을 보내는 자가 있다.
나만 그렇게 당하는 줄 알고 마음고생하고 있었는데, 보건복지부 주무과장의 보도를 보았다. ‘밤길 조심해라’라는 협박에 이어, ‘포괄수가제 제1피해자가 네 자녀가 되길 기도한다’며 가족협박에 이르자 고소하기에 이르렸다는 내용이었다.
심야토론에 같이 참석했던 심사평가원 상임위원도 이 기사를 보고는, ‘잠도 못 자서 요즘 계속 수면제를 먹고, 저 혼자 우울과 자책의 늪에 있었다.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탤런트 심정을 알겠다’며 하소연해 같이 고소하게 됐다.
가족까지 협박하는 짓은 조직폭력배도 꺼린다.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아마 이번 테러범들이 의사는 아니라고 믿는다. 의사조직에 흠집을 내려는 사회불만세력일 것이다.
생명 앞에서는 대통령도 장군도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생명을 사고팔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제 정부는 공공재로서의 의료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어느 직업이라도 진입장벽이 쳐지면 선민의식과 독점이익이 저절로 생겨,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의료의 공공성이 무너질 때 사회·경제적 부담은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사관학교와 같이 세금으로 공공의료인을 양성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의료인 양성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후손들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현재의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책임이다. 법조인을 포함한 전문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천민자본주의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사회와 공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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