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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 법조지도자 회의 참관기
손도일 변호사·대한변협 국제이사  |  dison@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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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2.06.19  1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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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한변협의 국제이사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은 ‘얼마나 해외출장을 많이 가는가’입니다.

평균적으로 6주에 한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해외 콘퍼런스, 다른 나라 변호사협회와의 상호 방문 등의 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질문자에 따라서는 제 답변을 듣고는 부럽다는 분들도 계시고, 변호사 일은 어떻게 하는지 걱정을 하여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신영무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상근이 아닌 한 일부 수당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보수는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변협의 업무를 위해 쓰는 시간은 순전히 자기부담입니다.

국제이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좋은 점은 세계 각국의 법조계 지도자들을 만나서 교분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고, 반면 해외출장 등이 있으면 일단 변호사로서의 업무는 일단 접어두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저는 협회장을 모시고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방문했습니다. 5월 30~31일은 제7차 IBA(국제변호사협회) 법조지도자 회의가 있었고, 6월1~2일은 IBA의 중간년도(Mid-Year) 회의가 있었습니다.

대한변협이 이같은 국제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이유는 우선 각국 법조계와의 교류를 통하여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와 선진화의 정도를 해외에 홍보하기 위함입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개별적인 활동보다 이같은 국제회의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법조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회의 세션 이외에도 조찬, 오찬, 만찬 및 휴식 시간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개별 미팅 약속이 잡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세션 참여를 통해 국제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시의적절하게 파악하고, 이를 국내 법조계의 상황에 반영함으로써 국제화라는 큰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5월 30일 오전 9시, 회의 시작 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를 방문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은 송상현 전 서울대 교수로, ICC의 현황에 대해 직접 설명해 줬으며 ICC 형사재판법정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헤이그에는 송 소장 외에도 권오곤 판사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의 재판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의 법조 지도자들은 단시간 내에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한국 법조계에 대해 크게 놀라워하더군요.

이번 헤이그 법조지도자 회의에서는 주로 각국 변협과 법조계가 당면하고 있는 주제에 관해 토론했습니다. 30일 오후에는 첫째, 변협이 중대하고도 미묘한 사실을 알게 됐으나 이를 즉시 그 회원에게 알리게 되는 경우 변협이 그 복잡한 상황을 적정하게 처리함에 있어서 제한을 받게 된다면, 변협의 임원들은 어떻게 언제 어느 정도로 이를 그 회원들에게 공지할 것인지 둘째, 변협 협회장이 법령과 변협규정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로 권한을 행사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31일 오전 첫번째 세션에서는 주로 변협이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에 대항하여 인권을 증진시킬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신영무 협회장은 현재 한국 젊은 변호사들의 35% 이상이 여성으로 성적 차별이 없다는 점, 특히 신규 임용되는 판·검사의 비율에서도 여성의 수가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곧이어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각국 변협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압력에 관한 심각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림치위 말레이시아 변협 회장은 자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한 집회와 시위에 대한 경찰의 야만적인 진압과 그 과정에서의 변호사들에 대한 폭행 및 변협 협회장에 대한 온라인상의 공격에 관해서 언급해, 발표자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영무 협회장은 다음날인 6월 1일 오후에 열린 BIC 오픈 포럼에서 IBA가 정식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에 항의서신을 발송하거나 성명을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IBA에서는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해 의안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대표단은 신 협회장을 별도로 찾아와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 오는 9월 26일부터 열리는 국제 말레이시아 법조 회의(International Malaysia Law Conference)에 초대했습니다. 또한 같은 콘퍼런스에서 신 협회장에게 별도의 연설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31일 오후 세션에서는 각국 정부의 규제 정도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법률가들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법률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정부가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1일 아침 IBA의 가와무라 회장, 마크 엘리스 사무총장과의 미팅에서 신 협회장은 2019년 혹은 2020년 IBA 연차총회가 서울에서 열릴 수 있도록 설득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울이 매우 경쟁력이 있고 국제법조계에서 매우 의미있는 도시라고 화답하면서 ‘IBA가 아시아 지역사무소를 서울에 연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변협은 서울시 및 문화관광부의 지원 하에 이미 2019년 혹은 2020년 IBA 연차총회 개최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IBA 연차총회는 세계 각국에서 5000명 이상의 법조인들이 모이는 가장 큰 모임입니다. IBA의 서울사무소 유치도 서울시의 협조 하에 가능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변협은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연말 개원을 목표로, 서울시 및 한국상사중재원과 함께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으며, 국제적 홍보를 위해 IBA와 함께 2013년 연초에 국제중재 관련 콘퍼런스를 계획 중입니다. 이에 관해 이날 IBA 회장과 사무총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1일 오전 열린 IBA 중간연도 회의에서는 IBA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 및 조직 변경에 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오전 세션에서는 IBA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Trade In Legal Service’라는 영역에 대해 소개했고, 이와 관련 IBA가 홈페이지에 각국의 법률서비스의 교역에 관한 규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는 IBA가 유럽계 국가들, 특히 영미법계 국가들에 의해 사실상 과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관심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도 본격적으로 법률시장 개방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에 관하여 현명한 대처를 통해 법조계의 개방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것이 다시 한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일 저녁에는 신 협회장, 송상현 소장, 권오곤 재판관, 이기철 주 네덜란드 대사가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한국 법조계가 더 국제법조계에서 지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유익한 기회였습니다.

2일 오전에는 IBA 카운슬 미팅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미팅에 신영무 협회장, 김평우 전 협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저는 김평우 전 협회장의 위임장을 받아서 미팅에 참여했습니다. 이 미팅에서는 IBA의 내부 구조개혁에 관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다만, 조직개편에만 논의가 집중되어 보다 국제적인 인권침해 사례에 대하여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2일 오후 5시 비행기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을 출발해 3일 오전 11시경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제가 법률시장이 개방된 시점에서 국제이사를 맡고 있다 보니 법률시장 개방에 있어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외국 로펌은 협력파트너를 찾을 때 어떠한 기준으로 찾는지 등을 문의하는 분이 상당수 있습니다.

사견입니다만,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가 꼭 지금부터 국제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영역에서 국내법에 최고 전문성을 갖게 되면 그 자체가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외국 로펌과 경쟁을 하건 혹은 파트너로서 협력을 하건 한국 법조인의 역할은 다국적 프로젝트나 소송사건에서 한국법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일 것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국제적인 사건을 해야만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같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면 영어(혹은 다른 외국어)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영어를 일정 정도 공부한 후 자신이 관심이 있는 해외 콘퍼런스 등에 선별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생각보다 국제화의 길이 빨리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변협 국제과 직원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신영무 협회장을 모시고 출장을 갈 때마다 그 준비를 위해 밤을 새워가며 각국 변협 대표들과 개별 미팅 일정을 잡고 그에 따른 준비작업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국제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고하시는 모든 변협 사무국 직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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