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해 동안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장의 규모는 이미 몇천억원대로 급증하였으며, 시장의 동향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미술시장의 확대가 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상징하는 지표로 여기기도 한다.
즉 물질중심의 가치에서 문화중심의 가치로 변환이 바로 그것이다. 미술시장 확장의 전 단계가 명품의 범람과 뮤지컬의 흥행이라고 하니, 우리 사회는 점차 이러한 단계를 거쳐 성숙된 문화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셈이다.
문화적으로 성숙된 사회의 궁극적 지표는 오페라의 흥행으로 귀결되어진다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우리사회는 바로 그 전 단계에 이른 셈이다.
미술시장의 팽창은 미술을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의 대상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07년 37×72㎝ 크기(20호)에 불과한 박수근의 ‘빨래터’라는 작품이 무려 45억2000만원에 경매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개혁, 개방 이후 급속도로 팽창한 중국경제에 힘입어 들려오는 중국 미술시장의 열기는 미술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중국에서 중국 근대화가인 제백석의 작품이 무려 710억원에 경매됨으로써 근대 미술품 경매에 신기원을 연 중국 미술시장은 과거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종종 사회면을 장식하는 ‘그림 로비’‘비자금’과 같은 말들은 미술품이 그만큼 고가에 거래되는 재화로 자리잡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미술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었다고 하지만, 미술품에 대한 선택과 투자는 여전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전문적 안목을 지니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작품 가격에 대한 정보 역시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목돈을 투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미술품은 원가나 정가 개념이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안목에 의해 결정되고 기호에 의해 판단되는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겠지만 미술품에 대한 투자 역시 신중해야 한다. 그것을 단순히 축재의 수단이나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당연히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컬렉션의 시작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학습과 노력을 통한 안목의 확대에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확인하고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며 작품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사랑하면 보이게 되고, 보이면 알게 된다”라는 말은 미술에 있어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철칙이다. 보고 즐기며 배워가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절로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이 생기게 된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바로 이러한 자신만의 주관과 취향이 갖추어진 이후 비로소 시작되는 즐겁고 품격 있는 여행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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