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것들이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온몸으로 절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변화속도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정도이고, 우리의 재판제도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을 난다고 하지만, 정신세계가 물질문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용케도 잘 살아왔다는 안도의 한숨도 쉬어봅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변화와 혁신은 존재하여 왔습니다.
변화와 혁신이 없이 역사는 존재할 수 없고, 그 변화와 혁신의 추세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 변화의 방향에 편승하거나 변화의 방향을 선도한 사람들만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옛 선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종종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젊은이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자신들과 너무나 다른 것에 한탄하고 염려하는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현재의 우리 눈으로 볼 때 그 시대는 변화도 없고 정체되어 있었으며 세대 간의 의식차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그 과거의 어느 때에도, 따라잡기 힘든 변화와 혁신이 있었던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느끼는 이 급격한 변화와 혁신도, 사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그 정도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눈부신 물질문명의 발전은 확실히 이전 시대 2000년의 변화보다도 극적이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습니다.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명, 우라늄의 상용화, 라디오와 TV의 대중화, 무엇보다 PC의 발명은 인류 문명사에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왔고, 이들이 변화시킨 지금의 모습은 그 이전의 지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고, 그 속에 사는 인간에게도 똑같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과연 이 지구와 인류가 그와 같은 변화의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고, 이는 곧 지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섬뜩한 예감도 느껴집니다. 물론, 불의 발명이나 봉건제도의 붕괴 등이 있었던 당시의 인류가 느꼈을 충격의 정도도 비례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든 21세기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절대적으로 제도나 철학을 압도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듯싶습니다.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신이 죽은 바로 그 자리에 과학이 인간의 신으로 대체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불과 100여년 전인 20세기 초까지도 인간의 일생을 50세까지로 보았다고 합니다.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현직에서 은퇴하면 얼마후에 사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노후생활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은퇴 후의 삶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이 극적이고 급격하다고 하나, 그 안에서 살고있는 그 순간에 이를 느끼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10년 혹은 20년이 흐른 후에 ‘문득 참 많이 변했구나’ ‘어떻게 저 길을 걸어왔지’ 하고 깨닫는 것이 일반인들이고, 이때 변화의 속도라는 것도 뒤늦게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와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그 변화의 낌새를 인식하고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되고자 노력하였던 것이 인류의 역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빛보다도 빠르고 역사의 소용돌이는 그 어떤 강력한 쓰나미보다 위협적이어서, 그 속에서의 개인은 한낱 흔들리는 낙엽에 불과하여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벅찬 희망으로 전율하면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자 치열하게 살아온 족적들이 기록되어 역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를 느끼지 못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일상일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보다는 안정과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존재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 숙명이고 사물의 본질입니다.
이미 모든 조건은 주어졌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듯싶습니다.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감각을 가진 다른 모습의 법조인들이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법조 3역의 충원방법도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법제도의 변화나 법조 외부에서의 법조에 대한 변화에의 압박이나 그 기대수준을 가늠하고 이를 따라가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일듯 생각됩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이미 모든 조건과 상황들은 우리에게 주어졌고 변화와 혁신은 역사의 본질이어서, 외롭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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