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20일 한국행정법학회와 ‘행정소송법 개정방향에 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제397호에서 소개했던 이혜은 검사와 김해룡 교수의 발표문에 이어 박해식 변호사와 김병기 교수의 발표문을 간추려 소개한다.【편집자 註】

변호사 박해식(사진), 이승민, 오지석

의무이행소송
부작위위법확인소송과 거부처분 취소소송이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적합하지 않고, 행정청의 재거부처분이 반복됨으로 인하여 신청인(소송에서의 원고)에 대한 실효적인 권리구제가 어려워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필자는 원칙적으로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의무이행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이 행정청을 대신하여 처분을 하는 것은 행정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원고 또한 신청 단계에서 처분 절차에 성의 있게 임하지 않고 만연히 의무이행소송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발하게 됨으로써 법원의 심리에 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반대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항고소송 대상의 확대-규범통제소송의 도입
행정입법과 개별 처분은 그 형식상 차이만 있을 뿐, 그 실질적인 내용에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재 처분성이 인정되는 구속적 행정계획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고시, 훈령, 지침 등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한 추상성·포괄성·일반성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므로 행정입법이 법령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항고소송을 부정할 본질적 이유는 없고, 또 이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볼 여지도 없다.
그리고 그간 헌법재판소는 해석을 통하여 법령에 대한 가처분신청의 가능성을 긍정한 바 있는데, 행정입법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할 경우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라 해당 행정입법에 대한 효력정지(집행정지) 가능성이 명확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므로 행정입법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하여 국민의 권리구제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를 기존의 처분 개념을 확대하여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규범통제소송을 도입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방식이든 행정입법에 대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본질은 동일하겠지만, 개념을 명확히 할 수 있고, 제소기간 등에서 국민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규범통제소송 방식을 택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

화해권고결정의 도입
항고소송이 행정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 조정이나 화해에 친하지 않은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에 따라서는 원고와 피고 행정청 간의 일정한 양보에 따라 소송이 신속하게 종결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며,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행정법원에서 조정권고에 따라 소 취하가 이루어진 사건이 전체 5만5330건 중 8548건으로서 15.45%에 이르는 점만 보더라도 실무상 화해권고결정의 도입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조정·화해에 친하지 않은 행정처분인 경우에는 법원 스스로 화해권고결정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당사자 쌍방의 불복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이유는 없다. 화해권고결정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금전 기타 대체물의 지급’을 명하는 행정처분에 국한하여서라도 화해권고결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재량적 제재처분에 대한 변경판결 허용
법률상 제재처분에 부여되는 재량은 구체적 사건에서 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비례에 맞는 적정한 제재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익적 관점에 대한 판단권한인 일반적인 재량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이 재량행위에 대해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심사를 하는 경우, 전부 취소만 가능하다고 본다면 행정청의 입장에서나 국민의 입장에서 모두 번거로운 절차의 반복이 일어나게 되므로, 국민에게 실효적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제재처분에 대한 변경판결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재처분보다 더 가벌성이 중한 형벌의 경우에도 법원의 양형재량이 인정됨을 감안한다면, 제재처분에 대한 변경판결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권력분립원칙에 대한 침해가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 폐지
공정거래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라기 보다는 일반행정기관에 유사한 측면이 많고, 실제 위원회의 운영이나 조직 구성 또한 일반 행정기관과 다를 바 없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의 처분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하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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