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체제 구체화, 정통법관 위주의 보수적 인사 예측
인적 구성 다양화 요구 속에 검찰 몫 대법관 꼭 있어야 하나 주장도

대법관 4명에 대한 인사가 임박하면서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7월 10일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기 때문에 변협 등 유관기관에서는 대법관 후보 천거 작업을 막 끝낸 상황이다. 이를 취합해 오는 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가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보자들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번 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취임 이후 두번째 대법관 인사이면서 대법관의 3분의 1 가량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여서, 양승태 사법부상의 구체화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론에서는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측면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던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들의 퇴직으로 보수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법관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의 문제는 대법원의 기능과 위상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와도 닿아있다. 분쟁의 최종 판단 기준을 세우는 사법부의 판단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는 국민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201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고심의 한해 사건 수는 3만6000건이 넘는다. 재판을 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재판관이 한해에 3000건을 처리해야 하며 이는 휴일을 포함해 365일간 하루에 8.2건을 처리해야 가능한 수치다.

대법관 하루 8건 처리?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법원 사건이 합의로 처리된다는 사실에도 강한 의심을 품게 되는 이유가 된다. 재야에서는 대법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 힘들다면 신뢰를 줄 수 있으며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통법관으로 대법관이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과 재야의 상황을 체험한 변호사 출신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양삼승 변호사는 5월 14일자 대한변협신문 칼럼에서 ‘대법원에 검찰출신 인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사법부 견제수단으로 검찰을 대법관으로 선임해온 행태는 타파되어야할 악습이지 보전해야할 관행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막연히 검찰 몫으로 한자리가 돌아가야 한다는 사고를 전환할 때라는 주장이다.
대한변협 사법평가위원회(위원장 홍일표 변호사)는 3일 회의를 열어 회원들로부터 추천받은 인사 40여명에 대한 토론을 벌여 후보자를 선정, 신영무 협회장에게 전했다.
홍일표 대한변협 사법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덕망 있고 실력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원칙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회적 요구가 다양하게 변화했다는 점, 소외계층을 배려할 줄 아는 품성이 판결해온 과정과 인생에 녹아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에는 대법원장이 강력히 추진해온 ‘평생법관제’의 정착을 위해 지난 2월 인사에서 2년의 법원장을 지낸 후 고법부장판사로 부임한 조용호 서울고법(57·10기), 박삼봉 서울고법(56·11기), 최우식 대구고법(55·11기), 윤인태 부산고법(55·12기), 방극성 광주고법(57·12기) 부장판사 중에서 대법관이 나올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조 부장은 건국대를 졸업해 서울대 일색인 대법관 구성(박보영 대법관만 한양대)을 깰 수 있다는 점에서, 윤 부장은 향토법관이라는 점에서 유력하다는 평이다.
또한 대법관 후보로 늘 거론되는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이번 역시 거론되고 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57·11기)과 이성보 서울중앙지법원장(56·11기)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조병현 행정법원장(57·11기), 김용헌 가정법원장(57·11기) 등 법원장, 강영호(56·12기·서울서부지법원장), 김창석(57·13기) 전·현직 도서관장도 많이 거론되는 분위기이다. 강영호 법원장은 성균관대를, 김창석 관장은 고려대를 졸업했다.

여성대법관 나오나?

반면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하는데도 여성대법관은 이번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망에 오른 조경란(52·14기·서울고법) 민유숙(47·18기·대전고법) 문영화(48·18기·특허법원) 김소영(47·19기) 부장판사가 재산이 너무 많다거나 기수가 낮다는 이유 등에서다.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인 김영혜 변호사(54·17기)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검찰출신인 안 대법관 자리에는 안창호 서울고검장(55·14기), 김진태 대전고검장(60·14기), 길태기 법무부 차관(54·15기)이 거론되고 있다.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 여성대법관을 과감히 늘이거나 재야에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의 스타일상 과감한 기수 파괴나 발탁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번 인사로 9월에 있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2인 지명도 예측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신애 편집장 rawool32@ 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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