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구성방법 재고

오는 7월10일이면 총 12명의 대법관 중 4명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면서 새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헌법상 대법관후보제청은 대법원장의 권한으로서, 적절히 훌륭한 분을 고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번에 퇴임하는 네분 중에는 검찰 출신의 인사가 있는 만큼, 그 후임을 다시 검사 중에서 뽑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물론 이점을 거론하는 것이 여러 가지 불편을 야기할 줄로 예상되나,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에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먼저, 대법원에 검사가 들어오게 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본다. 최초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4년 주운화씨가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민복기, 검찰총장은 신직수였는데, ‘대법원이 전체 법조계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에 검찰 출신도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참고로 위 주운화씨는 임기 도중, 재판능력의 부족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임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 후 1975년에는 한분이 임명되었다가, 1981년과 1986년 전두환 대통령 때에는 검찰의 입김이 강화되어 각각 두분이 대법관에 임명되었다. 그리고 1988년 6공 헌법의 시행과 함께 그 수를 세명으로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오히려 젊은 법관들로부터 강한 역풍을 맞아 한분 만이 임명되었고 그 후로는 이러한 ‘관행이 형성’되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최근에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이유로 1994년과 2000년, 2006년에 6년마다 1명씩의 검찰출신 인사가 계속해서 대법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요컨대 그 논거는 ‘대법원의 전체법조계 대표성’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그리고 ‘관행’의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위 세 논거를 검증해 보자. 우선 검찰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검찰이 대법원의 법조계 최고대표성을 진심으로 인정해 왔는가?” 그렇다면 “주요 법조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검찰이 대법원에 대하여 취해 왔던 태도는 과연 이러한 자세와 부응하는 것이었는가?” 그리고 “검찰출신 인사가 대법관으로 일하면서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하였으며, 사법부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음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내세운다면, 검찰출신 인사보다는 훨씬 우선적으로 재야법조 인사의 영입을 고려했어야 했다. 인품이나 ‘재산형성의 정당성’ 그리고 실무능력의 면에서 훌륭한 분들이 적지 않음은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다. 오늘의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대법원 구성의 민주성을 회복하는 것이고, 검찰인사를 포함하는 다양성은 20~30년 후 그 폐습이 확실히 없어진 후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끝으로, ‘관행’이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적인 군사정권시절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막강한 검찰권을 정치세력이 이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 내지는 사법부 견제수단으로 검찰출신이 대법원에 들어오게 되었음은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행태는 즉시 타파되어야 할 ‘악습’이지, 길이 보전할 ‘관행’은 아니다.
나아가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대법원에의 검찰출신 인사 수용이 대법원의 법조 대표성 때문이라는 궤변에 진심으로 수긍하고 있는가? 아니면 혹시라도 최고권력자 또는 이를 돕는 법률참모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어와 준 것은 아닌가?”
결론적으로, 1964년 이래 오늘까지 48년 동안 이어져 온 이러한 일그러진 모습은 결코 사법부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의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각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민주화되어 가는 마당에 유독 사법부만이 구태의연한 악습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불의(不義)가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정의(正義)를 지켜야 할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1956년 고(故) 이태영 박사가 가정법률상담소를 출범시키면서 설정한 여러 가지 목표 중에서 마지막 과제로 설정했던 ‘호주제 폐지’조차도, 꼭 50년이 지난 2005년에야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결국에는 달성되었다.
이제 사법부에서도 반세기 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가 도래하였다. 판단의 기준은 대법원에의 검찰출신인사 영입이 진정으로 사법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달려있다. 부디 법조계와 국민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진정한’ 민의를 잘 살펴서 역사의식이 담긴 현명한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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