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추위가 끝나고 드디어 봄의 기운이 만연한 5월에 들어선 지 벌써 2주 가량이 흘렀다. 내가 1년치 기고글 마감일정표를 받은 지난 2월경, 각 달에 맞는 10여개의 주제를 정할 때 5월은 자연스레 스승의 날에 주목했고, 글이 실리는 신문의 발행일이 14일이라 날짜 상으로도 알맞았다. 로스쿨에선 스승의 날의 행사를 따로 하지 않지만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간에 소소하게 식사를 하거나 차 한잔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이 날을 보낸다.
나의 지난 글에서처럼, 로스쿨이 새로운 이념으로 대한민국의 법조교육을 시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교수라고 할 수 있다. 강의뿐만 아니라 학생의 법적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함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자의 입장에서 교수님들을 감히 이 글에서 평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교수님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부분이 더 강화되는 로스쿨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하는 것이다.
로스쿨 교육의 과정은 올바른 전향적 가치관을 지닌 한 개인이 법조인으로서 삶의 방향을 정립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법률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학문적인 부분을 습득한 후 마지막으로 실무적인 내용을 체득하여 하나의 완성된 법조인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법조인이 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자신만의 ‘관(觀)’을 형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로스쿨 교육의 가장 기초적인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것이 없다면 아무리 학문적으로 많이 알고 있어도 언젠가는 무너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의 觀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 별도의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배 법조인들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의 간접경험들을 축척해 가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에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학문적 전달과 함께 교수들의 인격과 사상, 그리고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교수가 교육과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觀을 형성하는 형태는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학생 각자에 있어 돈오(頓悟)하는 순간이나 양태, 언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구도의 자세로 민법에 임하면서 연구실에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손해 3분설을 생각했다’는 한 교수님의 수업 중 말씀에서 학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오류가 있는지 알려주고 동시에 변호사라면 판례를 깨뜨리려는 도전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며 목청 높이는 열띤 강의에서, 판례가 진리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를 반성하며 판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해 밤낮으로 형사 문제를 연구하여 기록형 대비 문제 몇 백장을 검토하고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열정적인 노력에, 석사과정의 학생으로서 배움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교수연구실의 차 한잔의 시간에서 교수님의 과거 판사 시절, 변호사 시절 등에 대해 들으면서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인생방향이 어디를 가리켜야 할지를 고민해 보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난 1년은 진정한 학업이란 경쟁에 매몰되어 자아를 잃지 않고, 그 위에 전문지식을 입혀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학생에게 이렇듯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다 보니 교수들의 생각이나 사상, 법이론적 측면에서 하는 한마디는 각 자신만의 씨앗을 제자들에게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 나비효과처럼 그런 한마디의 씨앗이 훗날, 학설의 하나의 뿌리가 된다거나, 여러 논문들의 주제로 나타나거나 또는 기존의 판례이론을 깨고 새로운 판례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초석으로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반면 교수는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가르침의 방향을 세우고, 본인의 학문적 상아탑을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것으로, 스승은 부족한 곳을 더 공부하여 제자에게 익히게 하며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받아 더욱 학식이 풍부한 인재로 성장한다는 말이다. 어느 배움에서건 교학상장하지 아니하는 배움이 없지 않겠지만, 로스쿨에서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법학이라는 학문의 바다에서 법학을 보는 자신만의 觀을 지닌 하나의 인격으로 성장하기 위해 교수와 학생,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자들은 교수연구실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반대로 교수연구실의 문턱은 조금 더 낮아져야 한다. 그래서 교수연구실에서의 차 한잔의 시간을 토대로 하여 교수와 제자 사이가 안락하고 편안한 관계로 발전하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로스쿨생들이 자신만의 법조인의 觀을 형성하여 훌륭한 법조인이 될 바탕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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