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민주통합당, 경기 의왕·과천

19대 총선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났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난 두 달처럼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집약적으로 만나본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시간, 종종 걸음으로 지하철 입구를 들어서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일을 보장 받지 못하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환경 미화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소박하나마 이웃이라는 끈끈한 공감대 속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는 대안학교 학부모들과의 미팅을 통해,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이 전부 나를 지지한 건 아니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보냈던 무언의 응원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 희망들을 모아 우리 정치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당선 후 누린 기쁨도 잠시, 오히려 어깨가 더 무거워 짐을 느낀다.
제러미 리프킨이라는 석학은 ‘공감의 시대’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의 문명 발달을 이끈 원동력은 바로 ‘공감 능력’에 있다고 역설했다. 선거 기간 내내 나를 도와 준 우리 선거 캠프원들에게 “선거는 연애다”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는데, 그 말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의미 역시 이 ‘공감’이라는 것에 있었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그들 자신보다 더 정확히 포착하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내는 것. 이것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이 ‘공감 능력’이 탁월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 일부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이 전세 대란이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시달리고 있고, 젊은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다가 막상 졸업을 해도 갈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또 어떠한가. 어른들이 삶의 터전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제살을 깎는 경쟁에 내몰려 전쟁을 치르듯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면 아직은 세상 걱정 모르고 벗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노는 게 곧 세상 공부일 나이에 이미 점수의 노예가 되어 오로지 대학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주변 돌볼 틈 없이 질주해야 하는 고단한 삶에 내몰려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간 펼친 국정운영에서 가장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가장 치명적인 고통을 준 부분이 바로 경제 분야였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수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상실하여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각종 규제의 해제로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대기업으로 인해 영세 규모의 자영업자들은 생존기반을 위협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것이 경제발전이고 그것이 국가경쟁력이라 어거지를 쓴다. 국민 대다수의 삶의 안정화에 기여하지 않는 국토 개발이니 국가 경쟁력이니 하는 말들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공감 불통의 정부를 보며 공감 능력의 높고 낮음에 따라 공동체의 생사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제러미 리프킨의 지적이 타당한 식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박원순 후보의 대변인이라는 자격으로 선거를 경험하며 만났던 모든 이들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모두가 죽겠구나, 우리 아이들에겐 미래가 없겠다’ 하는 인식이 나를 정치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된 지금, 강한 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잔인하리만치 강한 경제에서의 불균등을 바로잡을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대기업의 독주를 막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지난 5년 간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보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관할하는 정무위원회를 의정 활동의 주된 장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나를 포함해 42명의 법조인 출신자가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예년에 비해 수적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단일 직업군으로는 여전히 무시 못할 수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히 연결된 사안들에 관한 각종 법률을 입안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 본연의 임무를 생각하면, 많은 법조인 출신자가 금배지를 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여겨진다. 나 역시 지난 10여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법이 운용되는 원리와 그것이 사회와 한 개인에게 미치는 파장을 여러 면에서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법 적용의 엄정함과 더불어 법 제정에 있어서의 신중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제 나는 법조인으로서 얻은 법률적 전문성에 더해 우리 국민이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그들과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과정을 통하여 입법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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