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권 수준 발전시킬 때… 종교·양심 자유 인정해야”

2001년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문제로 공론화된 이래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은 아직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으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게 되더라도 현역병보다 긴 기간 복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정서는 판결에도 반영돼, 작년 헌재는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유모씨(24)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한변협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체방안을 마련해 보고자 지난 11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및 건대 공익인권법센터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병역거부권을 둘러싼 법적 쟁점’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주대 오동석 교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종교 또는 양심의 자유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병역거부권의 문제를 단순히 군대 가기 싫은 일부 사람들의 주장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진정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병역거부권을 보장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선문대 장복희 교수는 “UN 인권위원회는 병역 거부 사유가 폭력수단의 사용과 관련한 경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최근 병역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이는 양심적 거부권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국제기구의 결정이나 권고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이들의 사례를 참고해 병역거부자의 인권보장을 법제도 내로 끌어들일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한 김수정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1939년 최초의 처벌 기록이 보고된 이래 1만600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투옥되었다”며 현재는 760여 명이 복역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최근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보는 시선도 많이 바뀌었고 이들에 대한 처우에도 많은 발전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사법적 구제를 기대하기엔 요원하다”며 “더욱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병역거부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건국대 이재승 교수는 “대체복무제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지만 국제인권기준을 존중하고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덜 침해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야 할 것”이라며 “국가는 대체복무가 국방정책의 부수적 고려사항이 아니라 인권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앞으로는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연구보다 대체복무 일자리를 확보하고 합리적인 관리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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