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글읽기가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온갖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인가 하이힐의 유래가 지저분한 배설물들이 흩어져있는 바닥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지기 위한 수단이란 것을 읽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들어와 물어보는 것이었다. “왜 사람들이 길바닥에 똥을 쌌냐”는 것이다. “옛날에는 화장실이 없었어”라는 나의 답변도 영 탐탁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사실 태어나서 길바닥에 인간의 배설물이 적나라하게 놓여진 것을 본 적이 없을 법한 딸아이가 받아들이기에 화장실의 부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일 수 있다.
나 역시 그 근사한 베르사이유 궁전을 처음 봤을 때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마리앙투아네트가 마당에서 똥 싸는 모습을 상상하고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으니 왜 아니겠는가!
똥과 오줌에 대한 인식이 불결과 경멸을 넘어서 죄악시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화를 이루면서다.
농경사회에서는 그런 냄새와 환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유용한 것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배설물은 거름이 되어서 먹을 것으로 되었고, 우리 몸은 그것을 취하여 사용하고 나머지를 똥으로 내려놓는 몸의 순환과 배설물에서 나무와 풀이 되고 먹거리가 되어 나의 일부로 돌아오는 자연의 대순환은 한가지로 걸려있는 고리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눈에 보였었다.
동의보감 중에 제일편인 ‘내경’ 편은 內景, 즉 몸 안을 환히 밝힌다는 뜻의 한자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인간의 고매한 정신작용, 꿈과 잠, 인체의 원동력이 되는 精氣神의 작용을 주로 서술하였다. 그런데 대변과 소변은 정신활동과 마찬가지로 내경 편에 당당히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대소변은 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통로이며 그 작용의 결과물인 것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대소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는 건강검진 결과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옛날에 소갈(오늘날의 당뇨)이라고 부르는 병의 증상이 소변이 달다고 언급하였는데, 병증을 알기위해 오줌의 맛을 볼 정도였으니 오늘날과 같이 대소변이 심리적인 거리가 먼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표현은 근세 이전의 서양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의 특징을 역시 맛을 보고나서야 쓸 수 있는 동의보감식 표현과 다르지 않으니, 그 시대엔 서양인에게도 대소변은 혐오의 대상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 도시가 생기고 사람들의 밀집이 이루어지면서 ‘위생’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이때부터 똥오줌은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정말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지게 되고 순환과 소통의 도구였던 것에서 감춰지고 불결한 것의 역할만을 떠안게 되었다.
대변과 소변은 이미 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온갖 변화를 겪고 나서 더 이상 나의 일부가 되지 못한 것들의 배출이다.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 안에서 더 이상 관계 맺을 수 없는 것들과의 깨끗한 이별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우리에게 害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일종의 연애다.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할 때는 달착지근한 많은 감정과 변화를 겪게 되지만, 아무리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관계가 맺어지지 않으면 연애를 끝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마치 달콤하고 소중했던 연애를 끝내듯이 화장실에 가야한다. 끝낸 연애를 불결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듯이 대소변도 더 이상 혐오하거나 더러운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아침 변의 상태를 보고 묽으면 기름기나 거친 음식을 줄이고, 너무 건조하면 섬유질 섭취량을 늘려야 하고, 변의 색이 지나치게 검으면 위장관의 출혈여부를, 변의 색이 너무 하얗다면 담즙의 분비를 체크해봐야 한다.
한때는 ‘나’였으나, 이젠 ‘나일 수 없는 것’을 잘 관찰하는 것이 우리의 몸을 살피고 거두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서 가장 어두워야 할 곳이 침실이라면 가장 밝아야 할 곳은 화장실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진지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에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별은 길수록 지저분해지기 쉽다.
만약에 항문 주위에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앉아 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는 것은 주위를 울혈시켜서 상태를 더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너츠 모양의 방석을 사용하거나, 더운물로 좌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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