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한변협신문 등을 통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회’)의 많은 공익적 활동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저를 포함한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서울회에 큰 존경심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최근 삼성반도체 근로자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존경의 대상이기도 한 서울회 선배님들께 글을 쓰고자 함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계신 주장들, 즉 예비시험제도 및 신사법시험제도의 도입과 매년 배출되는 신규 법조인력의 정원을 600여 명 안팎으로 축소하자는 두 가지 제안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전해드리고자 함에 있습니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전개해나가겠습니다.

예비시험 및 신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예비시험을 응시하도록 하여 이들 중 합격한 일부의 사람들에게 신사법시험에 응시할 권한을 주고,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은 예비시험 없이 바로 신사법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줌으로써 결국 신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력을 배출하자는 것이 서울회의 입장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으로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에 장벽이 쳐졌으므로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을 위해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회가 들고 있는 명분입니다.
그러나 우선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에서도 이미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에 대한 장벽이 상당히 두껍게 쳐져 있었다는 점, 둘째 예비시험과 신사법시험은 결국 사법시험의 폐단을 고스란히 답습할 것이기에 서민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2009년 12월 4일자 법률저널 기사에 따르면 응답에 참여한 808명의 사법시험합격자 중 약 73%인 590명이 부모의 지원으로 수험비용을 부담한다고 응답하여 상당수의 수험생이 집안의 재정지원을 통해 수험생활을 영위해갈 수 있었음을 알 수 있고, 같은 신문 2011년 12월 2일자의 보도에 따르면 응답에 참여한 588명의 사법시험 합격자 중 93.7%가 한 과목 이상 학원 강의를 수강했고, 5과목 이상의 수강자도 80.3%에 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학원비는 한 과목당 일 년에 수백만원이 들 수 있으며, 학원 외에도 독서실비, 자취방값 등 ‘신림동 거주비용’은 결코 서민들로 하여금 수년간(혹은 십 년 이상) 사법시험에 집중하기가 어렵게 만들어 왔습니다. 즉 기존의 사법시험에서도 서민들의 법조진입 장벽은 이미 높고도 견고하게 세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비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정규법학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사법시험처럼 사교육에 의존하여 시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거액의 사교육비로 인해 사실상 서민들로 하여금 법조계 진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단기간에 합격한 소수의 사례를 들며 위의 주장을 반박하려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수사례’들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즉, 수업에 충실히 임하여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은 전액 장학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액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많은 학생들이 이미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은 3년간 등록금이 면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고액의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장학제도 및 기타 여건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이 서민들의 법조진입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합격자 정원 감축이 초래하는 것

첫째,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600여 명은 너무 적은 수입니다. 법원이나 검찰, 기타 공공기관에 유입되는 인원이 300~400여 명에 달한다고 할 때, 실제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는 2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이들마저 기업에 들어가거나 강단에 서게 되면 무변촌에 대한 법률서비스 확대 등 당초 의도했던 사법개혁이 그 성과를 드러내지 못할 위험이 많습니다.
둘째, 법학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합격인원이 축소되면 경쟁이 과열되고 다수의 탈락자가 양산되며 이로 인해 기존 사법시험제도에서의 ‘고시낭인’과 같은 ‘시험낭인’이 많아지게 됩니다. 시험낭인이 많아지면 사교육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는 법학교육의 황폐화로 귀결되어 로스쿨 도입취지가 무색해집니다. 결국 합격인원의 과다축소 주장은 ‘로스쿨 죽이기’에 다름 아니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합격자 정원 600여명으로 감축’주장은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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