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월요병을 극복하고 있다. 늘 일요일 저녁이 제일 우울했다. 다음날 또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주 밀린 일들, 해결 못한 일들, 부담져야 할 일들… 줄줄이 머릿속을 떠돌아 숙면을 취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개콘을 보며 넋을 놓고 웃다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그 상념들을 잊어버린 채 잠이 들 수 있다. 특히 ‘꺾기도’가 나오면서부터는 공황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애들과 “~~다람쥐, 마~~~뽀이”하다 잠을 자버리게(?) 되는 요상한 체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용감한 녀석들’이란 코너가 생겼는데 ‘걱정대신 열정으로’ ‘한숨대신 함성으로’ ‘포기대신 죽기살기로’라는 랩이 운율도 마음에 들지만 그 내용도 너무 좋아 그 코너만 나오면 아이들과 몸을 흔들며 박자에 맞춰 따라하곤 한다.
그 코너의 또 하나의 매력은 그들이 보여주는 용감함이다. 그동안 차마 하기 힘들었던 말을 코너를 통해 털어놔 그들의 용감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보라는 남자들에게 여자들을 대변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그래도 안 될 놈은 안 돼 ~~~”라고 말이다. 총선을 앞두고 나도 이렇게 노래하고 싶다. ‘안 될 후보는 안 돼~~~.’
개인적으로 가장 결과가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지역구는 ‘서울 노원갑’이다. 지역구민도 아닌데 말이다. 과연 김용민 후보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정치적 색채를 떠나서 한 여성으로서, 딸을 둘이나 키우는 엄마로서,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 직장인으로서 한 예비정치인의 ‘여성에 대한’ 가치관을 접하고 모욕감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로서 나는 사실 정치를, 정치인을 잘 모른다. 더욱이 정치인으로서 사는 법에 대하여는 더더욱 모른다. 다만 유권자로서 바라는 세상이 있을 뿐이고 그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외치는 사람에 잠깐 ‘속아서(?)’ 뽑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 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여성’을 무시한 경험이 있고 여성의 성적 매력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국민의 혈세를 주며 일하게 할 것인가에 관한 기준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김용민 후보는 억울할 것이다. 그가 후보가 된 경위로 보아 안타까울 수 있고, 그 사람의 됨됨이가 상대후보보다 나을 수 있고,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정치적인 입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다. 김용민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로써 우리가 포기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냉정함을 유지해야 할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후보가 또 나왔을 때 또 양보해야 하는가, 이런 후보가 소속된 당은 어떻게 여성에 대한 인권을 주장하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을 단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직업적으로 보면 우리 변호사들은 양비론자나 회색분자가 되기 쉽다. 우리 변호사들은 처음 의뢰인의 말을 듣고 의뢰인을 믿으며 사건을 진행하기 마련인데, 소송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상대방으로부터 전혀 다른 시각의 의견을 접하게 되니 자꾸 냉정하게 판단하려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좋은 점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만들 세상을 꿈꾸는 데에는 의견이 다양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에 용인되어서는 안 되고 양비론에 기울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김용민 후보의 부적절한 언급은 중요한 선을 넘어섰다. 그 사실이 밝혀진 이후 당시 발언은 미군의 성범죄가 이루어진 이후이고,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전범이며,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전범에 대해서 그러한 발언을 했던 것이라고 변명하는 것이 더 구차하고 무섭다. 우리 사회가 자신과 다른 입장의 여성에 대하여는 그럴 수 있다는 기준을 내어주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상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책임없이 이루어진 악플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면 그들의 인권은 짓밟혀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백의종군하여 앞으로 정치인들이 제2의 강용석이 되고, 제2의 김용민이 되는 것을 감시하고 막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안 될 분이 되었을 때 그들로부터 세비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법적 절차도 없고 그로 인해 손해배상을 받을 길도 없으니 그럴수록 기준을 엄격히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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