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기의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지난 23일 발표되었다. 시험은 응시자 대비 87%를 약간 넘기는 합격률을 기록하였다. 입학정원 대비가 아니기에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은 있으나 높은 합격률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러한 합격률이 가능했던 것의 이면에는 성적비율을 고정화하고 의무유급비율을 정한 엄격한 상대평가가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성적과 합격률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학생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로스쿨이 소아마비로 인해 정상적인 걸음을 걸을 수 없다는 우려가 들기에 엄격한 상대평가제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미리 밝히자면 경쟁을 지양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누구나 졸업만 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주어야 한다거나, 로스쿨 입학 후 시간만 지나면 자격증을 주어야 한다는 등의 생각에는 당연히 반대한다. 그러나 적어도 개인적으로 노력한 만큼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100점 만점에 98점을 받았다하면, 이 점수를 받은 학생은 열심히 노력했다고 할 것이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강의 총원이 3명이고 그 각각의 점수가 100점, 99점이 이라면 98점을 받은 학생은 C 학점을 받게 된다. 이것이 과연 정의의 관점에서도 옳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학점쇼핑은 방학 중 시작된다.
로스쿨생들은 방학 중 하루, 아침 10:00시, 학교에 따라서 09:00시 이기도 한 수강신청을 앞두고 마우스를 클릭하며, 초시계를 보고 누구보다 먼저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 대기한다. 원하는 강의 또는 인기강의에 들어가기 위해, 사정이야 각양각색이지만 ‘빠른 신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쟁한다.
개강을 하면 2차 쇼핑이 시작된다.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쇼핑이라 할 수 있다. 수업에 참석하여 교수의 강의 전달력과 자신의 발전가능성에 중점을 둔 쇼핑이 아니라, 수업에 성적 좋은 친구가 몇 명이 들어왔는지, 나는 A를 받을 수 있는지에 바탕을 둔 쇼핑을 한다. 수업을 듣는 중간에도 노트북을 켜놓고 다른 수강신청과목을 확인하며 인원수를 체크하고 끊임없이 유리한 요인을 꼼꼼히 따진다.
그러다 수강신청 마지막 날이 되면 결국 실제 수강할 인원만 남게 되고, 만원이던 인원이 썰물처럼 빠진다. 개인의 손익을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인기강좌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강좌로 맞교환을 하기위한 카드로 활용하려고 쥐고 있던 강의신청을 취소하는 것이다. 결국 성적비율의 고정화로 인원이 많아야 A성적을 받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수강인원이 많은 한⦁두과목으로 신청은 쏠려버린다.
수강신청기간이 지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수강철회기간이 남는다. 이 기간 역시 눈치작전의 절정이다. 누가 빠지기를 기다리거나, 그 과목을 3~4번 수업에 참여해보니 그 수업을 듣는 것이 다른 과목의 성적을 잘 받는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생각하고 계산하여 최종적으로 수강할 과목을 결정한다.
위와 같은 일들은 자칫하면 유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취직을 함에 있어서 현재까지는 성적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학생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또 그 분야의 관련된 과목을 들었는지 등을 보는 것이 아닌 학점이나 전체등수가 좋지 않으면 일단 로펌⦁판⦁검사에 지원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강의쇼핑을 부추기는 것이다.
끝으로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관한법률’ 제2조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라고 교육이념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법교육이념과 비슷하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법조계의 기존 법조인 교육은 국가공무원법과 변호사법 아래 기본적으로 인권을 옹호하고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로스쿨생들도 이러한 공익적 측면을 준수하고 사명감을 갖는 것은 당위적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기존과는 달리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여 전문, 효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부분을 새로이 추가하였다. 법률을 서비스로 인식하고 그것에 접근하기 위해 교육이념에 명시한 것이다. 또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라 하여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각 분야별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다양한 과목을 통하여 교육하고 이를 통하여 기존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입법취지에 걸맞게 학사과정은 바뀌어야 한다. 성적비율이 정해져 있고, 소수인원이거나 자신보다 잘하는 학우들이 존재하기에 수업을 옮기고, 듣기 싫어도 동기들이 다수 모이는 강의를 선택하는 등, 이러한 비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이 원하던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는 것, 이로 인하여 다양한 강의가 폐강되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을 신중하게 제정해야하는 이유는 그 법이 일종의 시스템을 만들고 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 법이 일단 한번 시행되면 그로인해 생긴 사람의 인식이나 행동 등은 다시 바꾸기 어렵다.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 로스쿨의 도입 초기인 이때에 구조적으로 시스템이 경직되어 있지 않다면 폐해들이 더 발견되기 전에 잘못된 것들은 수정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