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절차 종료 전 강제송환은 국제관습법 위배

“…종교적인 이유로 수감되었던 Muzafar Avazov는 교도소 심문자들에 의해 끓는 물에 여러번 담겨지는 고문을 받다가 살해되었다. Avazov 씨의 사체를 본 이들은 머리 뒤에 거대한 피투성이의 상처가 있었고, 이마와 목 옆은 심하게 멍들어 있었으며, 손톱은 모두 빠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 Human Rights Watch의 ‘2011년 12월자 우즈벡 인권보고서’ 중에서

 

한국정부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강하게 비판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난민 신청을 한 우즈베키스탄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2005년 안디잔 사태를 포함해 불만세력이나 정치적 반대세력, 언론, 특정 종교에 대한 잔인한 탄압을 지속적으로 자행해와 최악의 인권탄압국에 선정되기도 했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1일 본국으로 송환되면 종교적 이유로 고문 또는 살해당할 수 있다며 송환을 거부하는 우즈베키스탄인 A씨를 강제퇴거 조치했다. 이후 A씨는 연락이 끊겼으며, 현지에 있는 A씨의 어머니도 아들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난민지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14일의 이의제기 기간이 허용돼야 하는데 A씨는 통지를 받은 즉시 송환돼 아무런 항변을 제기하지 못했다”며 “난민인정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사람을 고문당할 수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한 것은 한국이 비준한 고문방지협약·난민협약·자유권규약 위반이며, 국제관습법상 강행규정인 강제송환금지원칙에도 정면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기본적으로 가짜 이름을 기재한 ‘위명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단속에 적발됐다”며 “자국정부로부터 박해받은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고, 부인의 종교활동으로 인해 본인이 탄압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어 난민신청을 기각했으며, A씨에게 제3국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고 여러 번 설명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이의제기 기간이 지나지 않아 강제송환된 것에 대해서는 “A씨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2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어 법에 허용된 이의제기 기간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공 안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측 주장에 대해 A씨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난민협약에 따르면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이유로 강제송환이 가능하려면 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단지 우즈벡 정부가 A씨를 ‘테러리스트’라고 한 것을 한국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김종철 인권이사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에는 항의하면서 정작 탄압받을 우려가 있는 우즈벡 난민신청자를 강제송환한 정부는 자기 모순을 범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에게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행정절차를 교육하는 것은 물론, A씨의 안전이 확보되고 인권상황이 개선될 때까지는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해외개발원조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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