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통일정책세미나 지상 중계

※ 대한변협은 지난달 26일 변호사회관에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를 초청, 제29회 통일정책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강연 내용을 발췌 요약해 소개합니다.

탈북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인 탈북은 배급 중단으로 식량난이 벌어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직전부터 시작됐다. 초기 탈북자들은 단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월경해 대부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에서 알았던 많은 사실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중국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동경심과 잘 먹고 잘 살아보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탈북자들의 중국 체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을 통해서 외부 소식과 중국 발전상에 대한 입소문이 북한주민들에게 전해지고, 북한의 식량난으로 인해 중국 상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탈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사단법인 좋은 벗들의 통계자료의 의하면 1999년도에 탈북자가 30만여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을 기점으로 중국내 한국공관을 비롯한 외국공관이나 국제학교에 진입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사회문제가 되면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 규모가 늘어났다. 또 국경경비가 강화되면서 단순 탈북자의 수가 줄어들어 중국 체류 탈북자들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강제북송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해마다 2만~3만 명을 중국당국이 강제북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내 탈북자가 2006년에는 10만 명 정도 된다는 발표도 있었고, 최근에는 5만 명 정도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최근 탈북자들의 특징

최근 탈북자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식량난이나 경제난으로 인한 단순 탈북보다 희망을 위한 다양한 기획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과 자유에 대한 동경과 보다 나은 삶과 자아실현 그리고 자녀에 대한 더 좋은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탈북이 늘고 있다.
둘째, 한국의 가족들과 재회를 위한 기획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는 36.4%, 2011년 상반기에는 47%가 남한 가족들과의 재회를 위한 연계탈북인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개인 탈북에서 가족 동반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 통일부 자료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중에 가족단위로 입국한 비율이 2010년 39%에서 2011년 상반기에는 49%로 꾸준히 확대됨을 보여준다.
넷째, 방송과 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한 기획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KBS 사회교육방송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 등의 라디오를 통해 외부정보를 접촉하고 한류의 영향으로 DVD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국과 외국에 대한 동경으로 인한 탈북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목선을 타고 일본으로 표류한 9인의 탈북자들도 한국드라마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주민의 의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95년 이래 안정적인 식량공급과 무상의료, 무료교육제도와 같은 사회주의제도의 본질적인 우월성들이 허울로만 남은 오늘날, 체제선전과 현실과의 괴리는 북한체제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전통적인 신뢰를 급격히 파괴하고 있다. 계속되는 극심한 식량난과 2009년 화폐개혁 실패는 북한주민들이 과거의 세뇌를 통하여 형성된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떨쳐버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주민들의 봉기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이 북한 지도부에 맞서 집단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북한 내에서는 맹아적 집단행동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9년 화폐개혁 실패를 필두로 구화폐를 집단으로 불태우거나 소각하고 많은 군중이 모여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시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행동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집단행동 규모와 횟수, 양상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 집단행동을 주동하거나 참여했을 시 돌아올 가혹한 처벌이 두려워서다. 또한 조선시대와 일제식민지, 북한 전체주의체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북한주민들에게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오히려 세속적인 순종과 체제와의 대타협이 익숙해지게 했다. 비판적인 언론이 존재 않는 상황 역시 한 원인이다.
당장의 집단행동은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외부세계와의 충분한 소통과 지원, 경험과 방법의 입수, 외부적 지원이 따르면 생활상의 처지개선을 위한 강력한 단체행동도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주민들이 자신들의 무능함과 노예적 근성에 대한 자책과 함께 잠자던 자유의식과 생활상의 처지개선을 집단적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닫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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