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상법의 준법지원인 제도를 포함하여-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17일 기업법무 전문연수를 실시했다. 이날 연수 중에서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던 최승재 변호사의 강의를 소개한다. 최 변호사가 ‘기업법무와 컴플라이언스’를 주제로 소개한 미국과 우리나라 사내변호사, 준법지원인의 역사, 역할 등에서 ‘준법지원인’부분만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註】

I.기업법무에서의 컴플라이언스와 사내변호사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라는 단어는 실무상 흔히 사용되는 용어로서 우리말로는 준법감시나 준법지원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컴플라이언스를 반드시 준법감시로 번역할 이유는 없으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하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준법감시인 제도가 입법화되면서 영미권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컴플라이언스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준법감시라는 용어로 정착이 되어왔고,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준법감시인으로 부르게 되면서 주로 준법감시로 번역되어 왔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이처럼 준법감시인의 직무에 상응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준법지원인, 넓게 사내변호사의 직무의 하나로 이해하고 이렇게 정의하고자 한다. 이 상황에서 준법지원인 제도가 법제화된 것은 사내변호사 제도의 공고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는 자로 상법시행령에 규정된 자들 중에서 가장 적임자는 변호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사내변호사로서 준법지원인이 되는 것은 기업과 당해 변호사 모두에게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기업의 준법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해지면서, 준법지원인의 존재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II. 준법지원인

1. 준법지원인의 지위
2011년 4월 14일 개정상법(이하 ‘개정상법’) 제542조의 13 제1항과 제2항에 의하여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가 마련해야 할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인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준법지원인’이며, 이러한 준법지원인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임면되고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한 준법지원인 의무화대상 회사는 법조계에서 요구한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의 채용을 의무화하는 대신,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에만 준법지원인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되면서 구체적인 채용규모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준법지원인의 자격
준법지원인은 개정상법과 시행령에 의하면 변호사자격증 소지자, 5년 이상의 법학 조교수 근무자, 법학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서 상장회사의 법률부서에 5년 이상 근무한 자, 법학 전공과 상관없이 상장회사의 법률부서에 10년 이상 근무한 자만이 될 수 있다. 애초에는 시행령에서 법률부서에 10년 이상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률학 학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검토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 학위 요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견으로 이 점은 향후 입법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시행이 되고 난 뒤에 학위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타당한 방향이 아니라고 보여 아쉬운 점이다.
또 특수관계인 등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들이 준법지원인에 선임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사외이사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하도록 상당한 수준의 준법지원인 결격자를 규정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3. 준법지원인의 의무
준법지원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선관주의의무와 비밀준수의무이다. 개정상법 제542조의 13 제7항에 의하여 준법지원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회사와 준법지원인의 관계를 위임관계와 같이 신임과계로 보고 있다. 한편 같은 제542조의 13 제8항은 준법지원인은 재임 중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회사의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준법지원인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변호사인 준법지원인의 경우에는 변호사법 제26조에서 이미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나, 변호사가 아니라도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는 자가 다수 있으므로 이들을 염두에 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이러한 규정 외에도 행동준칙 등을 만들어서 비밀유지의무를 다시 규정할 것으로 본다.

4. 준법지원인의 독립성 보장
(1) 이사회를 통한 준법지원인의 임면
준법지원인의 업무가 제대로 되기 위한 중요한 제도설계상 고려점은 독립성의 보장이다. 개정상법 제542조의 13 제4항에 의하여 준법지원인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선임되고 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은 준법지원인 임면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 요건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391조에 의하여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의 과반수로 준법지원인을 임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만일 정관으로 이와 같은 이사회 결의 요건을 높게 정한다면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2) 임기의 보장
만일 준법지원인이 언제든지 이사회에 의하여 임면될 수 있다고 한다면 준법지원인의 독립성은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개정상법 제542의 13 제6항에서 준법지원인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11항 단서에서 다른 법률의 규정이 준법지원인의 임기를 제6항에 규정된 3년보다 단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6항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여 3년을 준법지원인의 임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준법지원인의 임기에 대한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이와 배치되는 계약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준법지원인이 상근을 하도록 요구하였다. 만일 비상근으로 준법지원인을 둘 경우 회사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할 수 없고, 회사로서도 자신들의 준법경영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므로 회사의 준법을 상시적으로 지원한다는 준법지원인의 취지에도 부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3) 준법지원인의 인사상 신분보장 등
개정상법 제542의 13 제9항에서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는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 상장회사의 임직원은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자료나 정보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준법지원인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기존의 감사의 경우를 생각하여 보면 정보흐름에서 차단되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상법에 정보 등의 제출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다.
한편 개정상법은 준법지원인의 업무수행상 신분을 보장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10항에서 준법지원인으로 두어야 하는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그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유로 부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준법지원인에 대한 인사상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5. 준법지원인의 책임
준법지원인의 책임에 대한 사항은 민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규율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 준법지원인이 준법통제규정을 잘 준비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을 경우에는 면책을 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와 같은 경우에는 과실책임주의를 취하고 있는 현행 민법 체계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므로 굳이 면책규정을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III. 기업컴플라이언스와 준법지원인의 미래

기업의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외부에서도 기업들의 준법경영 여부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한 준법지원인의 역할과 기능, 책임이 증가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준법지원인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에 상응하는 충분한 경영상, 법률상의 역량을 갖춘 준법지원인이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몇 가지 우려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 준법지원인의 존재가 바로 준법경영을 확보하지 않는다. 따라서 준법지원인의 지위와 역할을 확보하여 주기 위하여 상법은 일련의 규정들을 통하여 준법지원인이 최소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준법지원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전제가 상법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준법지원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당해 분야에 대한 법률적인 전문성과 당해 산업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효과적인 준법지원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은 개인적인 과제다.
둘째, 사회적인 과제도 있다. 법제적인 정비를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사내변호사제도의 정비이다. 현재의 사내변호사는 그 지위가 변호사법에도 변호사윤리규칙 등 대한변호사협회 및 각 지방변호사회의 회칙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존재이다. 이러한 존재태양은 한편으로는 사내변호사가 변호사로서의 권리나 의무는 유지하면서 근로자로서의 성격을 공유하여 누릴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사내변호사가 준법지원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칫 부실한 회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준법지원인으로 임명되어 활동하다가 희생양이 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오히려 제도적으로 사내변호사 제도를 정비하여 상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내변호사에 대한 규율을 보완하여 주는 것이 사내변호사의 준법지원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대한변호사협회도 현재 재직 중인 사내변호사들과 외부변호사들이 준법지원인으로 또는 사내컴플라이언스 기능을 수행하는 담당자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 및 이들 간의 교류의 연결고리 역할을 계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 등장 이후 다양해질 향후 변호사들 간의 연결고리를 묶는 일은 대한변협의 지속적인 성장과 역량강화에 있어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보완된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준법지원인 제도는 의무화되지 않은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참여가 유도되는, 그래서 사내변호사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내변호사제도의 정착 및 역량강화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가경제발달의 중요한 받침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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