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너무 많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조차도 법조인출신의 공천비율을 내리겠다고 했었다. 세상은 법조인의 국회진출을 있는 자가 권력까지도 장악하려는 탐욕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비난의 배경에는 수긍할 만한 점도 있다. 속칭 출세를 위해 판·검사라는 통로를 거쳐 여의도에 입성한 경우가 많았다. 의원이 돼서도 당리당략의 극한투쟁에 앞장서 좋은 머리를 빌려주고 당직을 얻는 데 급급한 사람도 있었다. 국민보다 당을 무서워하는 좁은 식견 때문에 민심이 떠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일그러진 법조인 출신 의원 때문에 정치를 지망하는 모든 변호사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건 옳지 않다.
시대가 달라졌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치밀한 법조문이 필요하다. 구태에 젖은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은 그런 건 정책보좌관에게 맡기면 된다는 소리도 한다. 기사를 두면 되지 굳이 운전을 직접 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식이다. 그런 발상은 한두 명의 비전문가인 국회의원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법률 때문에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본 과거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대한변협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변호사들은 과거의 일부 출세주의자들 같은 그런 부류가 아니다. 수많은 젊은 변호사들 중에는 지역에서 시민운동이나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배달이나 택시운전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공익소송만 전담하겠다는 건전한 청년변호사 그룹이 있다. 소수자와 약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회에 헌신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의 밑바닥을 보고 정치의식을 키웠기 때문에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런 변호사들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 정치흥정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특권사회보다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헌법적 가치가 법에 투영되고 민주사회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올곧은 변호사들의 국회진출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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