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기 후배들의 입학을 맞이하고, 2학년이 되고 보니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듯한 기분에 조금 들뜨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4기 입시에서는 법학사의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작년 이맘때쯤 내가 선배들에게 했던 학습 방법 관련 질문이 아닌 교수님에 따른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한 질문들이 쏟아질 때면, 뭔가 다르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위축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은 법학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단순한 공부방법이나 생활보다는 학교성적을 잘 받는 것 등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입학생들은 작년보다 사법시험을 경험하고 온 이들이 더욱 많고, 순수하게 법학사뿐 아니라 변리사시험 경험자 등 비법학사라고 보기 어려운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70%를 상회하고도 남는다. 이 와중에 30%도 안 되는, 법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은 같은 1학년임에도 너무나도 법학에 대해 박식해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학업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 그러한 경험을 거치면서, 앞으로의 3년이 정말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힘들 것임을 예상했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생각해보아도 적어도 3~5년 이상 공부한 이들과 학습량을 맞출 수 있으려면, 그들이 술을 마실 시간에도 티타임을 가질 때도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기본서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렇게 공부를 하더라도 1학년 성적은 법학사들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고, 1학년 성적으로 선발하는 2학년 여름 실무실습도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비법학사들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 3법과 후사법, 선택과목까지 7과목이 넘는 방대한 학습량에 치열한 학점 경쟁과 더불어 변호사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졸업시험도 치르게 될 것이니 그 심리적 부담감은 본인이 아니라면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아직 나지 않았고 2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더하다.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인 75%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도 합격률은 해마다 감소하여 4~50% 정도에서 수렴할 것이고, 비법학사로서 상위 50%에 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다소 우울한 현실 속에 가끔씩은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1기 졸업생 중 최상위권은 비법학사가 많았다’ ‘취업 시에는 비법학사에 대한 취업추천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등등.
그렇다. 넘쳐나는 법학사들 사이에서 학점경쟁을 하는 비법학사들이 어려운 시작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그 열정으로 치열하게 공부한다면, 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아닐까?
흔히 법학 공부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한다. 절대적인 학습량이 필요하고, 계속적인 반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재미있게 보았던 한 영화에서 밑 빠진 독을 채우는 방법을 인상 깊게 본적이 있다. 바로 항아리를 연못에 던져버리면,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아리를 연못에 던져버리듯, 우리 스스로를 법학이라는 학문 속에 내던지면, 어느 순간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에 걸맞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모두 각자 9개월, 1년 9개월, 2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비법학사라는 것에 위축되지 말고 열심히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보자. 우리는 비록 예비지만 법석사가 아니던가? 상상을 초월하는 학업스트레스도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이런 과정들을 견뎌내면서 1기 비법학사들도 그랬듯 낭중지추, 학교의 자랑으로서, 능력 있는 변호사로서 거듭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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