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은 성인들도 보호자를 동반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부모님을 모시고온 자녀, 학생들을 앞세운 학부모, 부부처럼 보이는 환자, 이 중에서 남녀가 커플로 오는 경우 부적절한 관계인지 적절한 관계인지 이제는 대충 알아낼 수 있다.
진료실까지는 모르겠는데 치료실까지 보호자임을 자청하고 들어오면 이 커플의 적절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대기실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있으면 100% 남편과 아내다.
둘이 동시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상대방의 치료에 대해서 실은 아픈 것이 걱정되어서 따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이 사람에게 침을 아프게 놓아주세요” 라는 표현을 하는 커플은 부부고, “많이 아프답니다. 안 아프게 해주세요” 라고 말을 하면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 남편 건강을 챙긴다고 어린아이를 하나는 손을 잡고 하나는 들쳐 업고 한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서로에게 하는 모양이 참 다정하다 싶었는데 그 모습이 참 낯익은 장면이다 싶었다. 두 해 전에 지금 온 아내의 언니와 형부가 한의원에 왔을 때와 겹쳐지는 것이었다. 대부분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남편은 무뚝뚝함으로 아내는 얄미운 비틀림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마련인데, 이 커플은 서로 쳐다보는 눈빛부터가 달랐다. 마치 아까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랄까. 남편은 어깨가, 아내는 허리가 불편해서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치료실 두 개가 연결된 곳으로 나란히 누워서 내내 소곤소곤 어찌나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치료실 선생님들뿐 아니라 나까지 괜히 부럽고 샘이 났었다. 동생 부부도 비슷한 모양새이니 이만하면 부부금슬도 가족내력이 있는 것 같다.
가만 보면 정다운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이다. 성심성의껏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한다.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넘겨짚어서 추측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래서 정다운 말들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오간다. 이건 비단 부부사이에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환자와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합이 잘 맞는 환자는 자신의 불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하는 충고나 조언을 침착하게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런 환자에게는 나 또한 과장되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중간에 말을 끊고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설명을 했는데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일 때가 많다. 귀가 없는 환자를 만나면 곱절로 일하기가 힘들어진다.
시력과 더불어서 청력에 문제가 점차로 커지고 있다. 요새 들어 스마트폰이 시력을 망치는 주범이라면 청력을 망가뜨리는 데는 역시 이어폰이 최고다. 하루 종일이라도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는 것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오히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귀가 나빠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뿐 아니라 이명이라는 귀울음과 우리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나빠져 심한 어지럼을 나타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
이명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노화의 징후가 가장 많지만, 소음이나 약물에 의해서 유발되기도 하고 감기나 외상 이후에 생기기도 한다.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일단 원인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몹시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엔 빈혈보다는 귀 안의 평형기관 고장인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한의학에서 귀는 신장의 기운을 엿볼 수 있는 기관이고 경락 상으로는 스트레스에 예민한 담경락이 얽혀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신장기운이 허해서 생기는 경우에는 짠맛이 나는 식품을 적절하게 응용하여 치료를 한다.
경락적으로는 귀를 얽고 지나가는 경락이 어깨와 목을 지나가서 어깨가 뭉친 것을 풀어주거나 목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쪽으로 마사지나 침구치료를 진행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귀에는 몸에 경혈이 모두 모여 있으므로 귓불을 잡아당기고 귓바퀴를 자극하는 것은 귀뿐만 아니라 전신에 좋은 양생법이 될 수 있다.
그보다 먼저 귀에 병이 없으려면 먼저 잘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잘 듣는 연습은 좋은 청력을 보전할 뿐 아니라 좋은 평형감각을 지켜 어지럼증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어폰을 빼고 주위 사람의 정다운 육성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 몸과 마음에 균형이 잡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대화상대가 배우자라면 덤으로 금슬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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