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며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는 좌파와 우파의 세력균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좌파와 우파가 대등해질수록 안정은커녕 대립만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주장에 어떤 모순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것은 진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왼쪽 날개만 가진 새나 오른쪽 날개만 가진 새는 결코 날아오를 수 없다. 이것 역시 진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진리를 앞세워 좌파와 우파 간에 힘의 균형만 이루면 모두 날아오를 것처럼 주장한다.
이것은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아오를 수 없다는 진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한쪽 날개만 가진 새는 날아오를 수 없다. 한쪽 날개만 큰 새도 올바로 비행할 수 없다. 그래서 오른쪽 날개만 있는 새들이 사는 마을에 왼쪽 날개만 있는 새들이 날아왔다고 해서 함께 날아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오른쪽 날개 새가 날기 위해서는 왼쪽 날개가 필요한 것이지 왼쪽 날개 새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른쪽 날개만 파닥거리는 새와 왼쪽 날개만 파닥거리는 새가 있는 마을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인가, 아니 얼마나 고통스럽고 절망스런 모습인가.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좌파가 많으니까 나는 우파로 사는 것이 정의로운 것 아니냐’며 균형감과 용기를 갖춘 것처럼 폼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것이야 말로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좌파 사회에서 우파가 되는 게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 좌파 사회건 우파 사회건 한 개인이라도 좌우의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게 정의로운 것이다. 그런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좌로 기울거나 우로 기운 사람이 얼마간 있다 해도 그 사회는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진리를 왜곡해석하여 자신의 우파적 또는 좌파적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비난이나 폭력도 세력균형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더구나 그들이 정의롭다며 박수까지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으니….
좌와 우가 공존했던 시절의 베트남과 한국을 생각해 보라. 서로 죽이고 죽여 얼마나 억울한 죽음이 많았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도 좌우가 얼마간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좌든 우든 서로 자기만 옳다며 대립과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는가. 좌의 사고만 가진 좌파집단이, 또 우의 사고만 가진 우파집단이 얼마나 큰 죄악을 저질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한 개체의 좌우균형에 적용되어야 할 원칙을 집단 간의 세력균형에도 적용되는 원칙처럼 둔갑시켜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진리는 좌우의 균형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용될 때 유효한 것이지, 집단과 집단 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인간도 개개인이 좌의 사고와 우의 사고, 진보적 사고와 보수적 사고 간에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쪽 날개밖에 없어 하늘을 날아 보지 못한 새는 땅에서 본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그래서 그들은 좌우의 날개로 하늘을 나는 새들이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말해주어도 거짓이라고 비난한다. 자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편을 만들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을 무조건 적대시하면서 투쟁만 하다가 귀중한 인생을 허비해버린다. 그들은 싸릿대 하나는 부러지지만 싸릿대 묶음은 결코 부러지지 않으니 어느 쪽으로든 뭉쳐야 산다고 믿으며 어느 한쪽에 끼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하지만 한쪽 날개만 가진 새들끼리 아무리 큰 무리를 지어본들 그 중 한 마리도 하늘을 날지 못할 터이니 이보다 더 약한 새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한쪽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양쪽 날개를 키워 끝내 땅을 박차고 훨훨 하늘을 나는 새, 한쪽 날개 새에게도 먹이를 물어다 주며 먼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하늘을 날아보니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애타게 알려주며 함께 날아오르자고 권하는 새… 이런 새야말로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그 어떤 거대한 새의 무리보다 진정 힘 있는 새가 아닐까.
끼리끼리 편 갈라 ‘우리는 좌파다’ ‘우리는 우파다’ 하는 것은 “우리는 한쪽으로 기운 사람들이요, 우리는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는 절름발이요” 하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더 이상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이 당연한 진리가 진보와 보수의 세력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릇된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거나, 우파의 힘이 세니 그에 맞서 좌파의 힘을 키우는 것이 정의라는 주장을 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새가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날듯이 사람도 좌로 치우친 사람이라면 우의 사고를, 우로 치우친 사람이라면 좌의 사고를 가져야 날게 되지 않을까.
진리를 진리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가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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