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의원’ 감독·변론 同時 불가능, 정치자금이 수임료 둔갑도
국회법 겸직조항 점검 필요 … 형평성 맞게 타직역도 금지해야

법무법인의 대표인 모 국회의원은 형사재판 당일 다급하게 법인소속의 젊은 변호사를 자신이 선임한 형사사건의 공판정으로 보냈다.
당의 원내대표로 정신없이 바쁜 그는 사건만 맡았지 기록조차 없었다. 피고인과 재판장 앞에 대신 나선 법인 소속변호사는 당황했다. 국회에서 형사사건을 수임한 법인의 대표로부터 어떤 지시나 자료도 전해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고인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로 대신 법정에 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회의원 변호사의 전형적인 불성실 변론의 경우다.
국회법 제40조 제2항은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소속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자유롭게 겸직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금배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
17개 기관 겸직한 사례도 있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겸직현황’에 따르면 재적국회의원 가운데 42.8%인 127명이 겸직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8대 국회의원 중 59명이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었고 그 외 의사, 약사, 회계사, CEO 등을 겸직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직책을 겸직한 의원은 17개 기관에서 회장, 이사장, 고문을 맡아 그에 따른 보수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혹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억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았고, 또 변호사자격을 가지고 있는 일부 의원이 의원회관이나 당사에서 사건수임 상담을 하는 등 금배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어 이들의 변호사 겸직을 금지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변협은 2012년 3월 5일 상임이사회의를 개최하고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문제를 안건으로 심각한 토의를 벌였다.
회의에서 이태섭 법제이사는 “국회의원은 검찰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국가적 업무를 하는데 그가 한 피의자의 대리인으로 가서 부탁을 하게 되면 과연 국회의원의 직무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감독기능과 변론기능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 위철환 부협회장은 “법사위원회에서만 변호사 겸직을 금지하니까 법조인 출신들이 법사위원회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며 “외국의 입법례나 국회의원 중 변호사의 비율을 잘 살펴 겸직금지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익적 목적 제외하고 의원들
변호사 겸직 금지는 타당

한편 차철순 부협회장은 “변호사라는 직책은 영리목적뿐 아니라 공익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겸직금지문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금지문제가 대두되는 배경에 공천에서 법조인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는 없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협 상임이사회에서는 금지가 되려면 변호사뿐 아니라 모든 다른 영역의 겸직도 제한되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의원신분이 로비 및 압력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국회의원이 되면 돈도 벌고 권력도 누리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감안하여, 대한변협은 “공익적 목적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을 금지시키는 게 타당하다”는 쪽으로 대체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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