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피디수첩 사건의 고소 대리를 맡았었다. 촛불시위를 유발시킨 프로그램은 거짓이 많았다. 십여 년 전 영국에서 발생된 광우병소의 동영상을 마치 미국에서 벌어진 것처럼 살짝 끼워 넣는 속임수를 쓰기도 했다. 미국산 소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과장이 되고 엄청난 괴담들이 세상을 들끓게 했다.
내각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 법적 처벌보다 진실을 따져보려고 노력했다. 피디수첩 제작팀은 나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 같았다. 소고기협상 대표 민동석 차관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친구였다. 그가 좌우 어느 편이든 동행하는 게 변호사의 소명이란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게 도움을 청했다. 한나라당의 강용석 의원이 아들의 병역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미 그 의혹은 광풍이 되어 진실로 둔갑되고 있었다. 고교후배인 박 시장과도 오랜 인연이 있었다. 25년 전 서소문에서 변호사를 하던 시절 같은 건물의 위 아래층에 있기도 했다. 그 무렵 그가 이런 말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한 달 생활비 100만원으로 7년 정도를 버텨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였다. 이기적인 내게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지겠다는 그의 마음은 대단해 보였다.
세월이 흐르고 그는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 박 시장은 편법으로 아들의 군대문제를 해결할 인격이 아니었다.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었던 그의 부인 역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현대판 정치적 암살이 시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었다. 전제군주시대 지도자를 내치는 방법 중에는 암살이 있었다. 현대에 와서는 스캔들을 만들어 언론플레이로 정치적 암살을 기도한다. 일단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불법으로 아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했다면 그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다. 바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사퇴해야 맞다.
상대방의 모략공작이라면 즉각적인 진실확인이 가장 강한 처방이었다. 진실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그냥 보면 되는 것이다. 병무청의 담당의사에게 확인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비리의 주범같이 오인되는 것에 오히려 분노했다. 병무청의 시스템도 허술하지 않았다. CCTV촬영과 CT검사 등 이중삼중의 장치로 바꿔치기가 불가능했다. 모략은 침묵을 먹으면서 진실로 둔갑한 것 같았다. 자신감이 들었다. 모든 언론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중삼중으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확인해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내게 협박성 글들이 날아들었다. 보수파 변호사가 어떻게 좌파 인물을 돕느냐면서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집중적으로 나를 공격하자는 모의도 보이고 다른 비난과 모략도 떠올랐다.
그게 요즈음의 세태이기도 했다. 계획대로 진실을 밝히고 모략을 종결시켰다. 거짓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진실이 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일수록 변호사는 정의와 진실 편에 서야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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