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의 CF 속에 어떤 사람들(The Crazy Ones)이 있습니다.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다. 부적응자들. 반역자들. 말썽꾼들. 네모난 구멍에 들어가려는 둥근 못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그들은 규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현상 유지에 관심이 없다. 당신은 그들을 칭찬하거나, 반박하거나, 인용하거나, 불신하거나, 찬양하거나, 비방할 수 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들은 발명한다. 그들은 상상한다. 그들은 치료한다. 그들은 탐험한다. 그들은 창조한다. 그들은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들은 인류를 진전시킨다. 어쩌면 그들은 미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빈 캔버스에서 예술을 보겠는가? 아니면 고요 속에서 한번도 쓰여진 적이 없는 음악을 듣겠는가? 아니면 붉은 행성을 응시하며 바퀴달린 실험실을 상상하겠는가? 우리는 이들을 위한 도구를 만든다. 다른 이들은 이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 부른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살아가면서 몸과 지위가 커지는 만큼 자신이 세상을 보는 평가의 기준은 다양하게 성장합니다. 누구의 돈을 평가하기도 하고 누구의 지위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성격, 인품, 인간관계까지 품평하게 되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 종종 평가가 틀리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요. 예전에 학교성적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예전에 인격적으로 모자라다고 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보니 세상에서 나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입니다.
더 가까이에서 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연수원 이후에 어떻습니까? 법조계엔 경판, 향판, 경검, 향검(지방을 도는 검사), 빅3로펌변, 기타변 등의 영원한 신분(?)이 있다고 하지요. 우리 법조계에서는 그런 믿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그 신분은 시험이라는 제도로 거르고 걸러서 계속 올라가는 자리였으니까요. 점차 요직을 계속 타고 올라가면 더욱 잘 되겠죠. 그 그룹에서 로펌대표, 검찰총장과 대법관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점차 세상은 어떻습니까. 그런 줄 세우기에서 비켜간 법조사람들이 점점 세상의 중심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국민과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요.
이제껏 우리는 정치, 사회, 문화 등등에서 활동하시는 그런 비주류 법조인들을 ‘칭찬하거나 반박하거나 불신하거나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례적 활동이 우리 법조계의 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으니까요. 법조에서도 ‘창조성’을 가진 선배 법조인들은 비주류를 전전했습니다. 절대로 대법관이 되거나 헌법재판관이 되거나 검찰총장이 되지 못했죠.
하지만 법조인으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국민과 소통해 온 그들을 우리가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들은 이미 법조인이라는 틀을 깨고 세상에 나가 ‘발명하고 상상하며 치료하고 탐험하며 창조해 내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비주류 법조에서 대통령도 나왔고 서울시장도 나왔으며 국회의원도 부지기수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분도 계시고 국민 생활을 가까이에서 조언하는 사회활동가와 방송인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 로스쿨 법조인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 법조계는 물리학·의학·수학·공학·예능·인문학·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후배들이 조만간 들어올 것입니다. 다만, 로스쿨 법조인들이 염려하는 부분은 ‘기성 법조인들께서 계속 서열화된 눈으로 자신들을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후배대접을 못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 법조계가 뿌듯하게(?) 가지고 있던 1판·2검·3로펌의 서열이나 법원· 검찰 내에서도 1경·2향·3경력직(외부영입) 서열은 로스쿨생들에게는 부담스런 룰(Rule)일 겁니다. 이미 우리는 그들의 ‘창조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넌 서울지역 로스쿨이 아니라서 대법관이 못돼” “넌 학부가 별 볼일 없어서 판·검사가 안 돼” “넌 변시 성적도 안 좋으니 아무것도 안 돼”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 ‘변호사’들을 천재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하고 누구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좋건 싫건 우리는 사회에서 ‘천재’라는 역할을 부여 받았습니다. 잡스의 말대로 천재는 ‘창조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천재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빈 캔버스에서 예술을 보고 고요 속에서 음악을 창조할 ‘미래의 법조인’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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