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독일에도 없는 소송제도로 갈 것인가

현재 변리사들은 기존에 인정되고 있는 심결취소소송대리권에 추가하여 그와는 체계가 완전히 다른 민사소송인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강국인 미국, 일본, 독일에서도 법정에 나가서 변론을 할 수 있는 소송대리인은 ‘변호사’ 자격자에 한정된다.
세계 최대의 특허강국인 미국은 특허침해소송은 물론 심결취소소송에서조차 소송대리를 ‘변호사’에게만 허용하며, 변리사는 소송대리권한이 아예 없다.
변호사 중에서도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특허 소송의 대리를 많이 하는데, 특허변호사는 마치 일반 의사가 특정진료과목의 ‘전문의’까지 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서 최소한 ‘변호사’자격자만이 ‘특허변호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부여 주장은 전혀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다른 사정에 의하여 제한적으로 공동소송대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우리 국내 변리사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일본 변리사법에 의하면 ① 일정시간 이상의 능력담보연수과정을 수료한 후, ② 별도 기관이 주관하는 특정침해소송대리업무시험에 합격하여 부기등기를 받은 변리사에 한하여,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③ ‘변호사가 이미 먼저 선임된 사건’에 한하여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을 뿐이고, ④ 변리사는 단독으로 출석하여 변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등 사실상 변호사의 소송보조인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위 시험의 합격률은 50% 남짓하며, 공동소송의 부기등기를 받은 변리사 수는 전체 변리사의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변리사 중 20%
시험·연수거쳐 소송보조


이에 반하여 현재 우리 국회에 계류중인 변리사법안은 모든 변리사에게 자동적으로 공동소송대리권을 주면서 공동소송대리의 주요 쟁점에 관하여 아무런 조항도 두지 않고 있다. 이 법안에 의하면 민사소송법의 개별대리 원칙에 따라 ‘각자 단독대리’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국내 변리사는 명목상으로는 공동소송대리, 실제는 ‘단독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본이 일본변리사회의 압력으로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한 것은 2002년인데, 그 때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 수가 30명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극히 적었으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도 전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 수가 더 많았거나 로스쿨 제도가 이미 시행 중에 있었다면 당연히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대학 등에서 과학 기술 분야를 전공하고 지적재산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수가 적지 않으며, 특히 내년부터 이미 변리사자격을 보유한 사람을 포함하여 다양한 전공, 지식 및 경험을 가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한해에 1500명 이상 배출된다. 이러한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본의 과거 입법내용을 무작정 따라하고, 그것도 일본에도 없는 ‘단독대리’가 가능한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은 우리 사법·소송제도를 후진적으로 역행시키는 시대착오적 정책이다.
독일의 경우도 특허침해소송의 대리는 ‘변호사’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혹자는 독일에서는 당사자가 원할 경우 변리사가 법정에서 구두진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독일에서는 공동소송대리가 인정된다고 막무가내로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변리사는 법정에서 구두로 진술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이며, 소송대리의 핵심요소인 소장, 준비서면 등의 소송서류를 작성·제출하거나 각종 증거신청을 포함한 제반 소송행위는 할 수 없다. 구두 진술권과 소송 대리권은 이와 같이 중대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두 진술권은 소송 대리권과 완전히 다르다.

로스쿨제도 정착
전문변호사 활성화가 대안


그렇다면 우리는 변호사제도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바로 로스쿨 제도의 정착과 전문변호사 제도의 활성화이다.
첫째, 과학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전공과 지식, 경험을 가진 자들을 변호사로 양성하여 사회 각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존중하여 이를 올바르게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미국과 마찬가지로, 로스쿨 수료 및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다시 일정한 연수와 요건을 충족하여 ‘특정 분야’의 전문변호사가 되는 ‘전문변호사제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이에 관하여는 이미 대한변협에서 전문변호사 등록제도를 통하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로스쿨 제도와 전문변호사 제도의 결합으로 변호사제도를 발전시켜 특허강국의 꿈을 키워야지,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송대리권을 주어 특허침해소송을 맡긴다는 것은 오히려 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에서 유턴하여 역주행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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