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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 혐의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조미덥 경향신문 기자  |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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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1.08.01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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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법조에 출입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검찰이 보도자료를 냈길래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코스닥 업체가 상장폐지될 것이라는 등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뒤 해당 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이들을 검찰이 적발해 기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뒤 기사에 등장하는 피의자 중 한 명에게 전화를 받았다.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고 신문사에 연락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저는 협박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이 마음대로 소설을 썼어요. 그런데 검찰 얘기만 듣고 기사를 쓰면 어떡합니까?”
당황스러웠다. 체육부에 있을 때와 사회부 사건팀에서 경찰서를 출입할 때에는 보도자료를 보고 쓴 기사 때문에 항의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일단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기사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선생님 성함을 쓰지도 않았고요. 또 제가 선생님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선생님 의견은 반영하겠습니다.”
그 피의자는 납득을 하지 못했는지 그 후에도 몇 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른 기사를 쓸 때도 비슷한 항의는 이어졌다. 법조 기사의 등장인물은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이서인지 기사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었다.
몇 차례 항의성 전화를 받으니 검찰이 기소한 내용만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쓰기 전에 피의자 등 사건 당사자 얘기를 꼭 챙기자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피의자가 유명인이 아닐 경우가 많아서 기사를 쓰기 전까지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연락처를 알아내고 연락을 취하기가 힘들었다. 수사한 검찰을 통해서라도 피의자의 입장이 뭔지 들어보려 했지만 기사가 짧을 때엔 그 입장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았다.  
물론 기자에게도 알리바이는 있다. 어차피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 대부분 판결에서 사실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무죄율이 1% 정도라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기소 단계에서 작성한 기사 내용이 판결 확정 후에 틀린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단 1%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자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이렇게 전했다’라는 틀 속에 혐의 내용을 넣어 기사를 쓰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검찰이 생사람을 잡아 기소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 TV에서 ‘무릎팍도사’를 보다가 그날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인 주병진 씨의 사연을 들었다. 속옷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주씨는 2000년 자신의 승용차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기소됐다. 언론과 여론은 그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피해 상황을 꾸며낸 정황들이 드러났다. 주씨는 2002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주씨는 이제 암흑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강간 혐의를 대서특필하던 언론도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단신으로 다루더라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주씨는 방송도 사업도 하지 못한 채 정신질환까지 앓았다고 한다.
주씨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주씨가 10년 넘게 겪은 지옥을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견디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쓴 기사가 죄 없는 사람을 지옥으로 내몰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가 썼던 기사들을 되짚어 봤다. 주씨처럼 나중에 억울한 혐의를 벗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룰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검찰이 사건을 수사할 때 활활 타올라서 이슈화하다가 재판이 진행될 때에는 관심이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다. 언론도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하고, 구속될 때 크게 다루지만 이슈가 잠잠해진 뒤에 내려지는 법원의 판결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올봄에는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하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핫 이슈였다. 각 언론에서 작은 의혹이라도 새로 나오면 다른 뉴스보다 앞세워 크게 다뤘다.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간부와 감사원 감사위원들까지 비리의 주체로 얽혀 연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정작 7월 초 법원이 금감원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실형(징역 1년6월)을 선고했을 때 이를 의미 있게 보도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런 ‘용두사미’ 형태의 보도관행은 앞으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조금씩 바뀌고 있기도 하다.
오늘 나온 검찰의 보도자료 상단에도 어김없이 ‘이 보도자료에 공개되는 범죄사실은 혐의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써있다. 맞는 말이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한번 더 의심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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