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인문사회계열 진로캠프에서 전문가로 참석해 강연을 했다.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강연내용은 향후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법조인의 역할, 법조인이 되기 위한 소양, 법조인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등학생으로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이 있는지,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특별한 자질이 있어야 하는지, 향후 직업적인 전망 등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종전에 법조인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으레 좋은 법과대학을 가서 가능한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서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자기의 성향에 맞는 직역을 찾아서 가면 되었으나, 이제 법학전문대학원을 만든 대학에서는 대부분 학부에 법과대학을 없애다보니 학생들은 법조인이 되기위해서 다른 학과에서 공부를 한 뒤에 다시 법과전문대학원을 나와야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낯설기만 한가보다.
나 역시 변화된 제도를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것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법조인이 하는 일이나 사법고시나 로스쿨제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법조인 내지는 변호사업계에 대한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지가 많이 망설여졌다.
우선 내년부터는 한 해에 로스쿨 졸업생과 사법고시 출신자를 포함해서 2600여 명이 넘는 법조인이 배출되는데 이들이 일할 곳은 마련되어 있는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단순히 변호사업계만이 아니라 종교계와 교육계 등 소위 사회지도층에 대한 사회적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변호사도 법정내외에서 의뢰인이나 상대방으로부터 인신공격을 넘어선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내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던 1997년경만 해도 수료 전에 대부분 취업이 확정되거나, 개업을 하는 변호사의 경우에는 변호사사무실을 수료 전에 개설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사내변호사로 취업하는 경우에도 부장직책 이상으로 취업해서 가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는데, 최근에는 사내변호사로 취업을 해도 대리직책 조차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개업변호사 중에는 사무실유지가 어려워서 월세가 밀릴 정도로 경영난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심지어는 사건 수임이 힘든 초임변호사 중에는 사무장에게 고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투자한 노력과 수고와 비용에 비해서 너무 열악한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각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아 온 학생들인 만큼 똑똑하고 야무져 보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뭔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이런 갑갑한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법조인이 나름대로의 권위를 가지고 살면 품위유지하며 나름대로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할 것인지 강의 내내 갈등이 있었다.
결국 나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밖에는 할 수 없었다. 변호사는 전문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느라 고생도 많이 하지만 사회적으로 받는 것도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받는 우대를 공익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에 돌려줄 책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변호사가 되면 꼭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일을 할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힌 전문지식과 능력으로 사회에 봉사를 하면 그것이 재능나눔이고 사회에 대한 기여라고, 그런 봉사와 기여를 하다보면 사회적 인지도도 생기고 고객도 창출된다는 뜬구름잡는 이야기를 해주어야만 했다.
이제 법률시장의 개방은 현실이 되었고 이미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서 등록을 마쳤으니, 이들 외국 로펌들이 한국의 변호사를 고용해서 우리 법률시장이 파란눈을 가진 외국기업에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었다. 거꾸로 학생들에게 위기는 기회다,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특화된 전문법조인이 되어야 한다, 녹색환경이든 에너지든 선박이든 향후 사회와 시장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모든 영역에서는 그에 따른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법조인의 개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법조인을 하더라도 법률공부만이 아니라 시장변화에 따르는 전문적 지식을 함께 갖춘 법조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이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어떤 직역이든 변화무쌍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가장 보수적인 단체 중의 하나인 법조에서의 급격한 변화는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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