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띠~잉’ 울리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광현 선수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직후 뇌경색을 앓았다는 소식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광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날 밤 동료선수들과 폭음을 하고 다음날 얼굴이 파르르 떨리고 구역질이 난다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서는 뇌경색 진단을 했지만 구단에서는 김 선수의 장래를 생각해서 일단 비밀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한뇌졸중학회와 LG트윈스가 ‘뇌졸중 삼진아웃 캠페인’을 벌인 사실이 떠올랐다. 이들은 △얼굴마비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등 뇌졸중의 3대 증상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사람들이 본인 및 가족에게 뇌졸중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을 펼쳤다. 혹시 김광현이 그 캠페인을 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LG 트윈스의 캠페인이 동료 선수를 구한 것이다. 만약 그날 김광현이 병원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야구팬들은 그를 영영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腦卒中)은 최근 몇년 동안 이름 때문에 수난을 겪은 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되는데, 몇 년 전 일부 의사들은 “뇌졸중의 한자를 보면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으므로 일본식 한자어일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뇌중풍으로 용어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의학회가 별도로 조사했더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나서 다시 이 용어를 쓰기로 했다.
뇌졸중은 남의 일이 아니다. 변호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더 취약할 수 있다.
특히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변호사에게 위험이 크다. 지난해 미국 베스이스라엘병원 연구진이 뇌졸중 환자 390명을 조사했더니 술을 마시고 1시간 안에 뇌졸중 겪을 위험 2.3배, 2시간 이후는 1.6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병원으로 가게 될 확률이 뚝 떨어진다.
뇌졸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로 치료가 늦으면 사망하지 않더라도 반신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 위험한 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졸중 환자는 50만여 명이고 실질적으로 사망원인 1위의 병이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병이 나타났을 때 우왕좌왕해서 병원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괴롭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뇌졸중은 신호를 보낸다. 일종의 예고편인 셈이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본격적 발병 이전에 잠깐씩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는 ‘일과성 허혈 발작’을 경험한다. 영국 버밍엄 앨러바마 대학교의 조지 호와드 박사는 이를 ‘속삭이는 뇌졸중(whispering stroke)’으로 명명했다.
뇌는 한 번 상하면 회복이 잘 안 된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스트레스와 과로를 짊어지고 담배 연기와 술독에 빠져 산다면 늘 전조증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뇌졸중은 노인의 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40, 50대도 환자가 적지 않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고혈압 환자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뇌졸중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신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뇌 영상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뇌졸중. 김광현 같은 싱싱한 스포츠 스타도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10여 초 공급이 안되면 법적 정의도, 단란한 가정도 도루묵이다. 뇌는 인체의 CPU이므로. 그것도 리세팅이 안 되는 CPU이므로 고장 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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