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위원님들, 3월에 있을 국제중재 회의에도 많이 참여해 주세요!” LAWASIA 서울 총회 준비회의를 마칠 때 국제과 직원이 알려준 내용이, 국제중재 회의 청년변호사 등록비 지원 프로그램 안내 메일을 읽자 떠올랐다.

주로 조세나 기업법무에 대한 일을 해왔고 국제중재 일은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러나 올해 10월에 있을 LAWASIA 서울 총회의 행사 프로그램 일을 맡고 있어 그 전에 최대한 국제회의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국제중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청년변호사 등록비 지원 신청을 하였고, 다행히 대한변협의 등록비 지원을 받아 본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IBA International Arbitration Day’는 국제중재와 관련된 관행 및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중재전문가들이 만든 모임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본 회의는 “The inherent powers of arbitral tribunals: good faith, ethics and efficiency in international arbitration”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열렸다. 사실 회의 당시에는 본 회의의 한국유치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깨닫지 못했는데, 이후 본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노력했는지, 본 회의의 한국유치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국제 회의의 한국유치의 의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재 절차에 관한 첫 세션이 김갑유 변호사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국제 중재도,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 회의도 어색했지만 귀는 부지런히 회의를 따라갔다. 발표자 네 명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참석하지 못한 중재 전문가들의 질문을 비디오 화면으로 볼 수 있었는데, 미리 질문자를 섭외하여 각 발표에 관련된 질문을 준비한 사회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교류, 국제 회의 참가의 동인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coffee break 시간. 여느 초등학교의 쉬는 시간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반갑게 담소를 나누는데 그 중 대다수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자주 국제 회의에서 만나다 보니 친구가 된 것이다. 때로는 상대편 당사자 혹은 중재인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가끔 이렇게 만나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일본 법과대학 친구들과 여름마다 만나 토론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만났던 일본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기쁨은 내가 아직 국제 회의를 서성이게 하는 무시 못할 요인이리라.

국재중재에 있어서 다른 법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아우를 수 있는 윤리 규정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에 대한 두 번째 세션은 서로 다른 법문화를 가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중재의 강점으로 꼽히는 유연성을 강조할 것인가,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입장을 들으면서, 중재의 특성에 대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끝난 탓일까? 세 번째 세션에서는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세 번째 세션은 중재 판정부의 권한을 다루었는데, 내용이 어려우니 자연히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발표자들이 파워 포인트를 준비해 왔으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카메라가 발표자를 비춰주면 청중의 집중력이 높아질 텐데’ 이런 저런 점을 LAWASIA 총회에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어느덧 회의의 마지막 세션이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세션이 바로 마지막, 아시아 주요 중재인들과의 인터뷰 세션이다. 과연 누가 중재인이 되는지 궁금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재인들의 프로필 나열이나 업적 칭송용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왜 중재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전해 주었다.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중재인이 된 분, 중국 최초의 여자 법관이 자신의 외조모였다는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록 방청석에 있었지만 그들과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중재인 인터뷰 세션 유익

모르는 분야에, 그것도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 회사 일을 제쳐두고 참석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많은 것을 남겼다. ‘각 세션에 우리나라 전문가가 한 명 이상 포함되어 있지만, 만일 이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의 쿼터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어느 분야의 전문가로 첫째, 둘째로 손꼽히는 분들이 국제 무대에선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질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 법조인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항상 기억해야 할 것, 우리의 무대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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