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부터 8일까지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국제변호사협회) 연차총회가 전 세계에서 5,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밴쿠버의 푸른 바닷가에 새로 건립된 웅장한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6일 동안의 회의에서는 무려 200개가 넘는 각종 세션이 진행되었다. 대한변협에서는 김평우 협회장과 국제이사, 톰 막삼 특별보좌관이 대표로 참석하였으며, 한국 측 참가자는 20여 명이었다.

IBA 연차총회는 전 세계 변호사들의 축제 마당

IBA 연차총회는 마치 변호사들의 올림픽축제와도 같다. 그 화려한 축제의 개막은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지 대기자가 열었다. 그는 닉슨에서 부시, 오바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얽힌 백악관 비화를 민주화, 법의 지배에 맞춰 풀어냄으로써 청중을 압도했다.

총회기간 중에는 매일 아침 10시 정각부터 동시에 30개 정도의 세션이 함께 진행되었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수천 명의 세계 각국의 변호사들이 각자의 전공과 관심에 맞는 세션을 찾아 거대한 물줄기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멋진 장관을 이루었다. 세션은 발표자의 일방적 발표보다는 청중 간의 활발한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법률이슈에 대하여 각국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나라법에 의한 해석과 결론을 제시하며 흥미롭게 진행된다.

나는 변호사윤리(Professional Ethics) 세션에서 발표를 맡았는데, 전 세계 법조시장의 개방에 따라 국가별로 상이한 변호사윤리기준을 어떻게 조화시킬까를 논의한 세션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아일랜드, 호주, 미국 조지아 주에서 온 변호사와 교수들이 진지하게 토론을 벌렸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강사 1인을 초대하여 지루한 주입식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변호사 연수를 개선할 시점에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낮에 각종 세션참가로 지친 변호사들을 위하여 IBA 연차총회기간 동안 저녁마다 수많은 크고 작은 리셉션들이 열린다. 현지 로펌이나 또는 미국과 영국의 유명 로펌들이 자기들 사무실을 홍보하거나 각국 변호사단체들이 자국의 법조를 홍보하기 위하여 리셉션을 연다. 서로 경쟁적으로 리셉션을 개최하다 보니, 갤러리나 뮤지엄을 빌리거나 심지어는 400여 년 된 오래된 성당을 빌려서 와인파티와 함께 공연을 기획한 리셉션도 있었다. 참가자에게는 보통 하루저녁에 1~2군데의 리셉션을 돌며 서로 와인 잔을 기울이며 친분을 나누는 좋은 기회였다.

IBA는 전 세계 변호사단체의 외교 무대

IBA는 현재 전 세계 172개국의 198개 변호사단체가 멤버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IBA 총회는 그야말로 세계 각국의 변호사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국가 간의 교류와 지역 간 교류방안을 협의하는 장이 된다. 대한변협도 총회기간 중 프랑스의 파리변호사회와 러시아연방변호사회 임원들을 만나 상호교류를 위한 MOU 체결을 논의하였으며, 영국변호사협회와는 청년변호사의 인턴십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하여 협의하였다. 그 외에도 일본, 미국, 호주, 중국의 변호사협회를 비롯하여 특히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 가나, 우간다,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변호사협회와 많은 교류를 하였다.

IBA 총회에서는 또한 협회장끼리의 미팅과 협회 임원레벨의 미팅도 각각 따로 마련되어, 협회운영과 관련된 진지한 실무적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변호사협회의 효율적 운영방안, 청년변호사의 교육과 훈련, 변호사 윤리, 법의 지배의 확대 등이 주요 논제였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많은 나라의 변호사단체가 집행부의 교체에 관계없이 전문적으로 협회의 경영을 맡고 있는 CEO를 활용하고 있는 점과 변호사 직역에 관련된 입법 활동을 위하여 국회 및 언론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전담하는 홍보전문가를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협회가 잦은 집행부의 교체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운영이 어렵고 아마추어적인 비효율이 많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코리안 나이트의 성공적 개최

대한변협도 한국의 법조사회를 홍보하기 위하여 밴쿠버 컨벤션센터 부근에 있는 캐나다 로펌인 Fasken Martineau DuMoulin의 가장 전망이 좋은 방을 빌려서 코리안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리셉션을 개최하였다. 당초 와인과 치즈 등을 준비한 조촐한 파티를 기획하였으나, 영국변호사협회가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리고, 호주협회가 갤러리에서 와인시음행사를 개최하고,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일본 영사관에서 일본 전통요리를 준비하는 등 각기 특색 있는 행사를 준비함에 따라, 우리도 한국의 특색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었다. 리셉션에서는 한국전통음악의 연주와 함께 비빔밥, 전 등의 한국전통음식, 막걸리, 매실주와 백세주 등 한국의 술을 현지에서 준비하였는데, 참석한 손님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총회가 끝날 때까지 초대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기에 바쁠 정도로 성공적인 행사였다.

국제 법조사회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 고조

이번 총회기간 중 한국 법조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한-EU FTA의 체결 소식은 총회에서 단연 화젯거리였고, 많은 유럽 변호사들이 한국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한국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IBA의 최고대의기관인 평의회(Council Meeting)에서도 한국이 5번 이상 언급될 정도로 한국이 IBA 내의 중요국가로 인정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많은 변호사들이 참석하였으나, 국제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영어소통에도 비교적 문제가 없는 한국변호사들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이번 총회기간 중 IBA의 아시아 지역 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하기로 잠정 결정된 것은 앞으로 한국을 국제무대의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변호사들을 위한 각국의 지원

최근 각국 변호사협회의 관심은 청년변호사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에 있었다. IBA에서는 청년변호사들을 뽑아서 특별연수를 시키고 또 우수한 청년변호사들에게는 시상을 하는 등 청년변호사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협회들도 청년변호사들에 대하여 각별한 배려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홍콩변호사협회에서는 협회 소속의 6명의 청년변호사들의 등록비와 항공비, 숙식비를 모두 지원하면서 IBA 총회에 참석시킨 것이 주목할 만했다. 홍콩변호사협회의 임원들이 이들을 데리고 각종 세션에 참석하면서 교육시키고 다른 나라의 변호사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감명 깊었다.

파리변호사협회도 매년 10명 정도의 청년변호사들을 뽑아서 4개월간 각국의 로펌 및 국제콘퍼런스에 전액 비용을 제공하여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며, 중국도 청년변호사들을 뽑아 정부가 국비유학생으로 전 세계에 유학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협회가 청년변호사들의 국제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곧 세계시장에서 우리 한국변호사들이 설 땅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임원은 한국변호사의 국제화에 대하여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일본 로펌들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던 지난 7~80년대에 변호사들의 해외 진출에 소홀히 하고 국내의 업무에만 관심을 갖는 실수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 일본 로펌들은 일본 기업의 해외업무는 현지의 외국 로펌에게, 외국 기업의 일본 국내 업무는 일본에 들어온 외국 로펌에게 빼앗김에 따라, 결국 일본 로펌들은 일본 기업의 국내 법률업무가 주된 업무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해외에서 활동하려는 일본의 젊은 변호사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을 때, 한국의 법조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충고는 우리 로펌과 청년변호사들이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2020년 IBA 연차총회를 유치하기 위한 기반구축 필요

대한변협은 현재 2020년 IBA 연차총회를 서울로 유치하기 위하여 뛰고 있다. 2020년경에는 IBA 총회의 참가자 수가 7,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 세계의 변호사를 서울로 불러 모음으로써 우리 법조문화와 한국변호사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릴 절호의 기회인 것이 틀림없다. 또한 우리 회원들이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세계 최고 수준의 콘퍼런스에 참가하고 전 세계 변호사들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IBA 연차총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 우선, IBA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수천 명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총회장과 동시에 30개 내지 40개의 세션을 진행시킬 수 있는 세미나 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참가자들이 한국 문화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서울중심과 가깝고 주변에 다양한 호텔들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 국가 사업으로 한강변 경치 좋은 곳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의 건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한국변호사 특히 청년변호사들의 국제적 경험을 위한 노력도 더 경주하여야 한다. 이번 IBA 총회에는 대한변협의 사무차장을 지낸 유지연 변호사가 청년변호사로서는 유일했는데, 세계 각국의 변호사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공부하고 어울리는 모습에서 한국 청년변호사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대한변협에서는 청년변호사들의 국제적 경험을 위하여 현재 IBA, IPBA, LawAsia가 주최하는 각종 국제회의의 등록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관심을 갖는 청년변호사가 많지 않다. 이번 IBA 총회에도 3인의 등록비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신청을 한 청년변호사가 없었다. 앞으로 우리 청년변호사들이 국제업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법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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