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평범한 변호사도 봉사하니 나도 한 번 해봐야지”하고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해

“고급승용차들은 그냥 지나쳐버리는데요, 허름한 승합차나 트럭 운전자들은 꼭 얼마라도 성금을 내고 가시더라고요. 평소 존경하던 한 지방법원장님도 모른 척 지나치시대요. 하하”
지난 겨울 몹시도 추웠던 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중증 장애인복지시설인 엘리엘사회복지법인을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서 모금함을 메고 서있던 때를 말해주는 전재중 변호사(법무법인 소명 대표).
그가 해맑게 웃으며 전해주는 이 이야기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2010년 변호사대회에서는 공로상을 개인이 아닌 법무법인에 주었다. 법무법인 소명.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법무법인 소명의 전재중 대표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공익로펌을 하게 되셨나요?

99년 7월에 설립했는데요, 기독변호사회 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멤버 5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로펌을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된 로펌으로, 영업활동은 영업활동대로 하고 봉사활동을 회사업무와 똑같이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조금 특이할 뿐입니다. 우린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가 ‘봉사’하고 ‘인권’을 위해 일하는구나 하는, “저 사람들도 하는데 나도 그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자고 말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인권일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전적으로 로펌에서 지원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그러나 우린 그게 온전히 전체의 몫이고 내가 송무를 하는 동안 대신 고생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역할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17명의 변호사가 그룹을 나눕니다. A, B, C 등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눠 송무전담은 A, 송무 70%, 봉사 30%는 B, 송무 50%, 봉사 50%는 C … 이런 식입니다. 100% 봉사를 맡은 분도 실무 경험을 유지할 정도의 관여는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빛나는 역할, 대표역할은 원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인권단체들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분야라든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 힘든 분야, 변협인권위에서도 간사 등 심부름하고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집행부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간사가 아니라 4~5년 이상 꾸준히 일하는 간사, 업무의 전문성, 일관성을 유지하는 간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변호사는 경쟁과 비교에 참 능숙한 사람들인데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하시네요. 어떤 신념 같은 게 있으실 것 같습니다.

우리는 비교해서 우월감 느끼고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이런 거 목적으로 삼지 말자고 정한 겁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기만을 위한 직업이 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남을 위하는 직업인데 말입니다.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직업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린 엘리트라고, 탁월하다고 내세우는 로펌이 아닙니다. 모자라고 뒤떨어져 보여도 묵묵히 ‘선한 이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는 것, 그게 이 직업의 원래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나는 공익활동 하나,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변협의 이주외국인인권소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제가 소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가나의 소왕국 부족 왕자가 구금됐다 풀려난 적이 있어요. 난민으로 인정돼 석방명령을 받은 거죠. 석방은 됐는데 갈 데가 없어 제가 화성보호소에서 차로 데려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고 생활했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 1심이 취소돼 다시 구금돼버린 거예요. 애들이 울고 참…. 이주외국인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가족 생활지원, 문화적 지원 등 세심하게 신경써야 합니다. 아직까지 인권단체들이 다 감당하기 어렵고요. 국가와 지자체는 모른 척 하고요. 물론 도와달라고 오는 사람 중에 거짓말하는 사람도 많고 힘들게 하는 사람도 많죠. 그러나 보람도 참 큽니다. 교회와 연결하거나 자원봉사단체와 연결해주면 한시름 놓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도 많이 하시더군요.

우리 법인의 박종운 변호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에 많이 기여했습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등과 함께 일하면서 장애인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분들이 사무실에 오시면서 “장애인 돕는다면서 사무실 오기는 왜 이렇게 힘드냐?”고 하실 땐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우리 사회 곳곳에 시설물들이 장애인에게 불편하다는 것을 함께 일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로펌과 공익활동 간에 트러블은 없습니까?

저희는 보험회사 대리 소송, 자문을 주로 하는데요, 일해보니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막는 보험사에 항의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좀 문제가 있다 싶어서 공익법인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UN난민기구와 법률구조 MOU를 체결했는데 아무래도 공익법인이 더 활동이 용이할 것 같습니다. ‘공익인권법센터’를 설립해 소명이 인적, 물적 지원을 하는 형태로 운영해나가려고 합니다.

공익활동을 하는 로펌을 운영하면 힘드신 점이 많을 텐데요.

혼자서 봉사활동을 하면 쉽게 지칩니다. 만약 개인이 영리활동과 병행했다면 금방 그만뒀겠죠. 개인적인 성공은 접어두고 이 일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모여 공익활동의 보람을 함께 나누고 열매도 함께 나누다 보면 물질적으로 부유한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나 집 문제 등 현실적으로 변호사 개인 개인이 부딪히는 경제적 어려움, 사실 굉장히 큰 문젭니다. 그렇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야 합니다. 골프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골프로 느끼는 기쁨보다 봉사하며 느끼는 기쁨이 정말 크거든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걸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법조계는 개인플레이가 굉장히 익숙한 곳이죠. 함께 하는 데 서툴고요. 누구나 시험공부를 할 때는 사회를 위해서, 약자를 위해서 살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잖아요? 작게라도 실천하다보면 꿈이 가능해집니다. 작은 일을 하나씩 실천하며 ‘함께’해보라고, 그러면 ‘오래’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로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저희는 우리가 수상해도 되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드러내자고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정말 더더욱 원하지 않고요. 그렇지만 “야, 저 정도 사람들이 하는 거 나도 해보자”라고 느끼게 한다면 좋은 거 아니겠나 싶기도 했습니다. 고생해온, 그리고 앞으로도 고생할 후배변호사들에게 격려도 되는 것 같습니다. 동업자들의 인정이 더 기쁘지 않습니까? 상을 받으니 보람도 느껴집니다. 이제 더 열심히 공익활동을 하겠습니다. 지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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