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지형기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심리분석실장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에 관해서도 청자나 독자의 자유로운 판단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신뢰성을 근간으로 하는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경험이 과연 일반화될 수 있을 만큼의 타당성을 가지는지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12일 2000자 칼럼에 ‘2주짜리 상해진단서와 거짓말탐지기’란 제하로 전북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박 변호사의 글이 실렸다. 그의 글 중간에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러했다”는 문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칼럼을 통해 도무지 알 수 없다. 과거의 경험이 지식을 획득하는 하나의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할 때, 관련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보다 정확한 지식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먼저는 글을 썼던 변호사를 위해 또 한편으로는 그의 글을 읽고 영향을 받았을 독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상해진단서에 관해서는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므로 논외로 하겠다.


박 변호사의 주장

박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검사’에 관해 크게 세 개의 주장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위에서 언급한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인지 달리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논문이 아닌지라 굳이 관련근거를 생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 변호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다른 감정 결과에 비하여 그 정확성과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신이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피의자들은 거짓말탐지기를 신뢰하고 쉽게 조사에 응하지만 그 조사에 살아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며, 셋째로,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형사 재판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빙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박 변호사 주장에 대한 반박

우선 용어를 정의하고 시작하고자 한다. 현재 검찰에서는 ‘거짓말탐지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원래 이 검사를 지칭하던 용어도 아니었거니와 오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4년부터 심리생리검사(Psychophysiological Detection of Deception)란 용어를 사용해 오고 있다.

첫 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심리생리검사는 다른 감정기법과 비교하여 그 정확성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미국(본 검사가 처음 개발된 국가) 폴리그래프협회(APA)지에 게재된 1980년 이후 심리생리검사의 타당도 및 신뢰도에 관한 총 80편(6,380회의 검사)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실제 검사결과에 대한 타당도는 98%(12편, 2174회), 신뢰도는 92%(11편, 1609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2004년까지 검찰에서 실시되었던 심리생리검사 중 거짓판정을 받고 검찰기소 처분을 받은 건 수 중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비율이 평균 약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7년도에 모 대학교 심리학과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거짓말 집단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의 범죄를 저지르게 한 후 발각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하도록 하였으며 진실 집단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사실대로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후 그 다음날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 심리생리검사를 받도록 하였는데 판정의 정확도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현재 출간을 위해 관련학회에서 논문 심사 중에 있다.

두 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동안 고소·고발 사건으로 검사가 의뢰되어 결과가 통보된 198명에 대한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그 중 고소인 거짓 또는 피의자 진실 판정이 내려진 경우가 82명으로 약 42%에 육박하였다. 이것은 본 검사가 피의자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됨을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런 까닭에 함께 일하는 일부 검사관들은 ‘진실탐지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신이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피의자들은 거짓말탐지기를 신뢰하고 쉽게 조사에 응하지만 그 조사에 살아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 박 변호사의 두 번째 주장은 매우 편향된 것임이 입증되었다.

세 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최근 판례에서 심리생리검사결과를 증거로 인용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의정부지법2005고단2423, 서울중앙2006고합522, 북부지법2008고단2898). 물론 1심에서 주로 인용되고 있으나, 과거와는 달리 대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기 위해 설시된 조건들이 심리생리검사 과정에서 충족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는 심리생리검사 ‘품질관리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전국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실에서 실시되는 모든 검사에 대해 대검 심리분석실을 포함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선임 검사관들이 개입·의견을 도출함으로써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심리생리검사의 성과

이러한 노력들이 법원에서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심리생리검사를 통해 피의자를 무혐의 처분하고 고소인을 무고 인지하는 성공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으며, 사건 발생 초기 단계에서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줌으로써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등 공판과정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도 매우 유용한 과학수사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탤런트 송모씨의 ‘기자폭행’ 사건에서도 본 검사가 실시되었다. 프리랜서 김모씨는 송씨에게 맞아 치아가 부러졌다고 주장했지만 검사결과 거짓으로 드러났고 이후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본 글과 더불어 박 변호사가 시간이 된다면 대검 심리분석실 방문을 통해 이 검사에 대해 제대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그런 연후에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러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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