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A참관기

2009년 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정기회의는 2009년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IBA 회의는 120여 개국에서 4,500명 가까이 참석하였는데, IBA 회의 중에서 가장 참석자가 많은 회의였다고 한다. 개최지인 마드리드가 유럽, 아프리카, 미주대륙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이라는 이점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축제로 항상 밝고 활기 넘치는 이 도시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 같았다.

IBA 회의는 법률분야별 분과(Section) 마다 당해 분야의 최근 법률이슈, 법률정보 및 동향 등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나는 금융/증권 변호사로서 주로 금융서비스분과(Financial Service Section)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여하였다. 발표자들은 주로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의 변호사들이었으나 주최국 스페인 변호사들도 모든 세미나에 발표자로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의 화두는 2007년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 및 금융시장 및 금융규제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책입안자의 잘못된 정책에서 찾는 견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행해진 위험한 거래에서 찾는 견해 등을 비롯하여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졌으나, 다시는 그러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발표자들의 마음만은 모두 한결같았다.

금융위기는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그로 인하여 변호사들은 관행으로 여겨지던 계약서상 각 규정의 의미를 재확인하게 되었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계약서의 내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한 시장참여자들도 법률 및 회계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자문 및 의견을 받아 거래위험을 관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늘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금융위기에 이어 세기의 금융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사기사건의 발생으로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비난을 받고 있던 금융감독기관의 개편 및 금융 관련 규제 제도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IBA 회의에서는 금융변호사들이 논의하고 공유할 이슈가 풍성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변호사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서 활발한 토의가 가능한 것은 global standard가 지배하는 금융분야에 한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활발한 토의는 금융분야 세미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영국 및 홍콩에 상장된 영국기업 임원의 내부자거래로 인하여 미국 및 스페인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가상의 한 사안에 대하여 각국의 변호사들이 변호인의 입장에서 각 자국법상 이슈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비즈니스 범죄 관련 세미나에서는 세계 각국의 형사 변호사들이 관심을 갖고 토론에 참여하였다. 동 세미나는 세계 경제의 지구촌화로 인하여 법률문제가 더 이상 한 법역 안에서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는 2020년 IBA 총회의 서울 유치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한변호사협회는 주스페인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2009년 10월 7일 ‘Korean Night’를 마련하고 각국의 변호사협회 임원을 포함한 변호사들을 주스페인 대사관저에 초대하여 리셉션을 하였다. 말레이시아, 칠레, UAE, Mauritius, 체코, 나이지리아, 싱가폴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변호사 80여 명이 참석하였고, 불고기, 김치, 잡채 등을 포함한 우리 고유의 음식을 즐기면서 각국의 법률 시장, 업무 및 교류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IBA 회의와 같은 국제적인 법률가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면, 우리나라의 발전된 법률 지식과 문화를 세계 법률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내가 2009 IBA 회의에 참석하여 배우고 자극받았던 것처럼 우리나라 개개 법조인들도 글로벌한 법률 이슈 및 법률 분야의 세계화 흐름에 대해서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세계화를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법조계 또한 좋은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2020년 IBA 회의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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