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참여형 교류회’로의 전환을 바라며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이하 ‘일변연’) 간의 정례교류회가 지난 18일, 19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렸다.

1987년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하는 일변연과의 정례교류회는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 상호 방문하면서 당면한 현안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양국의 법률 문화 향상을 도모함은 물론 양 협회의 친선을 통한 국가적 차원의 우호증진 등 민간 차원의 외교 활동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관례에 따라 금년에는 일변연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18일, 대한변협 임직원의 환영 속에 김포공항에 도착한 일변연(회장 미야자키 마코토) 대표단은 간단한 오찬 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로스쿨 문제는 이번 교류회의 주제로서 양국 법조계의 핫이슈이기 때문에 일변연 대표단은 교육시설을 유심히 둘러보면서 커리큘럼이나 운영 방식, 문제점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보다 몇 년 늦게 로스쿨을 도입한 우리에게는 일본 로스쿨이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百聞不如一見’을 떠올렸다.

한편, 교류회가 매년 장마철에 열려서 그런지 협회에는 ‘교류회 때는 항상 비가 온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일본에서 진행된 작년 교류회 때도 그랬고, 이번 교류회 때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어김없이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운치도 있고, 세미나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정력적인 교류회 진행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협회장은 환영 만찬에서 ‘책임지고 내일은 비가 안 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하였는데, 노력(?)을 많이 하셨는지 이튿날은 상쾌한 날씨 속에 일정이 진행되었다.

19일, 의견교환회가 진행되었다. 주제는 ‘로스쿨 도입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오전)과 ‘유사법조직역에 의한 변호사 업무영역 침해’(오후)였는데, 2가지 주제 모두 최근 양국의 법조 현안인 만큼 시작부터 서로의 눈빛은 뜨거웠다.

먼저 오전 발표자인 임치용 기획이사는 “로스쿨법의 제정은 첫걸음을 시작한 것에 불과하며, 성공적인 로스쿨 출범을 위해서는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 변호사 업무영역 확대, 법조일원화 도입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변호사법, 법원조직법 등의 로스쿨 관련 법률의 체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어서 일변연 발표자인 다케이 야스토시 부회장은 로스쿨의 문제점과 관련해 2009년 1월 일변연이 발표한 ‘새로운 법조 양성 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제언’을 소개하였다.

오후 세미나에서는 서석호 법제이사가 발표자로 나서 변리사법, 법무사법, 세무사법 개정안 등 변호사직역 침해 법안에 대한 상황과 문제점을 소개하였는데, 이들 법안은 “100년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고, 금년 출범한 로스쿨 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악법”이라고 역설하였다. 이어서 대책으로는 ‘TFT 구성, 소액사건 담당변호사 제도, 전문분야 등록 제도, 직역 관련 공청회’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이어서 아리타 요시히데 일변연 부회장은 “변호사 수 부족 등으로 인해 법조유사직역이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일본 역시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유사직역의 확대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는 변호사의 과소·편재 문제 해소, 변호사의 직역 확대, 행정소송의 활성화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사직역 문제가 현실적으로 양국의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보니, 질의응답이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고, 저녁 만찬자리에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미국식 로스쿨 도입은 법조일원화를 전제로 하는데, 일본에서는 로스쿨 도입 전후에 법관임용 방식에 차이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로스쿨 도입 전후에 차이는 없다. 일본은 각 제도의 장점만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라는 취지의 답변이나, 어떤 질문에 “한국에서 먼저 시행하면 일본은 그 장점만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다운(?) 답변이다.

마지막으로 협회장은 실질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는 교류회를 높이 평가하며, 세미나의 세션을 4~6가지로 늘리고, 임원간 교류회를 회원 간 교류회로 확대하며, 직원교환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고, 미야자키 회장은 “다음 집행부에 의사를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화답하였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양국의 사법제도가 많은 부분 닮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나 해결 방안까지도 공통적인 것이 너무나 많다. 회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제한된 사람만 듣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 회원에 대한 세미나 개방은 이슈에 대한 회원의 자연스러운 공감대 형성으로, 협회 활동에 대한 회원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질 것이다. ‘회원참여형 교류회’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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